코로나19 상황 속 특별한 문화 '랜선 회식'
▲ 랜선 회식 / 출처 : photoAC |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외출과 모임이 자제됐고, 집콕 생활에 무료함을 느낀 사람들은 비대면 상황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문화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류 문화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혼술(혼자 술을 마심)과 더불어 홈술(집에서 술을 마심)을 즐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젊은 층은 ‘랜선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홈술과 화상회의를 합친 새로운 술자리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랜선’이란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모임을 뜻한다. 과거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용어로 쓰였으나, 지금은 모든 종류의 온라인 모임을 가리킨다.
랜선 회식은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온라인 미팅 툴을 켜둔 채로 술을 마시는 것이다. 사용할 툴에 회원가입을 한 후,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링크에 접속하면 되는 방식이라 누구든지 간편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임을 갖기 꺼려질 때 온라인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감염 걱정은 덜면서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실제 최근 다양한 기업에서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운 신입사원들을 위한 온택트 회식이나 랜선 송년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주요 임원 위주로 소규모 무대장치와 촬영 장비를 현장에 동원한 뒤, 사원들은 온라인으로 접속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해 이소희(미디어문화학·17) 학우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제되면서 친구들과 랜선 술자리를 가진 경험이 있다. 각자 집에서 술잔을 준비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모임 분위기를 낸 적이 있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랜선 회식 문화는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먼저 편의점 주류 매출에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9일간 편의점 주류 매출은 지난주 대비 19.6%나 늘었다고 한다. CU 편의점 역시 소주(19.4%), 맥주(7.6%), 양주(25.8%)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류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앱에서 와인을 골라 결제하고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이마트는 맥주의 맛을 최적으로 유지해주는 4도 가정용 맥주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랜선 회식에도 한계점은 존재했다. 온라인인 만큼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평소 진행하던 회식이나 송년회 같이 행사 구성을 탄탄히 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인 사회자를 두길 바란다며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랜선 회식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생겨난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각자 원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개인 취향이 존중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기존 술자리에 존재하던 강요 등 부정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술 문화의 건전한 인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출이 자제되는 상황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올해는 ‘랜선 회식’을 통해 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