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룡담 : 편집장 비하인드
마지막 황룡담을 쓰기에 앞서, 이전 편집장님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미혜 기자님, 편집장이 되어주실 생각이 있나요?”라고, 넌지시 질문을 하신 편집장님은 한껏 긴장하신 채 눈치를 보셨다. 그러나 나는 내심 그 질문을 기대하였기에, 그 당시 편집장님이 왜 그렇게까지 머뭇거리셨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언론사에서 기자 활동을 하며 한 가지 야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 야망은 매달 편집장이 쓰는 황룡담에 내 이야기를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그 단순한 야망을 품고 편집장이 되는 것에 응하였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지막 황룡담을 맞이했다.
어떤 조직을 대표하는 장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조직의 대표가 되고 싶다고 하여 될 수도 없지만 될 수 있다고 하여도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잘할 자신이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해보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언론사를 이끌어갈 장이 된다는 생각보다 내가 해보고 싶은, 황룡담을 쓰고 싶다는 한 가지의 야망을 숨기고 편집장이 되기로 했다.
작은 욕심으로 시작하게 된 편집장으로서의 역할과 업무 수행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편집장이 되기 전, 팀장직 업무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장은 수준이 달랐다. 조직의 대표로서 조직 구성원과 의견을 나누고 이들을 이끄는 과정이나, 무언가를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작은 욕심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다. 그렇다고, 이제껏 함께 고생해온 기자들이나 팀장진들의 고생의 무게를 편집장인 나의 무게보다 아래로 두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이 작은 욕심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편집장의 업무나 언론사의 체계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달랐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그리고 팀장진에게 현재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재미없고, 재치 없는 편집장이 되어버렸다. 편집장으로서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고,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을 때면 진행하는 일의 속도는 미동을 보이지 않은 적도 있었고, 내가 한 결정이 다시 번복되어 진행이 더뎌진 적도 있었다. 여담으로 안건 회의 때 안건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면, 나는 밤을 새워서라도 안건을 찾아 다음날 확인을 받고 안건을 배정했다. 조금 더 말해 보자면, 사실 모든 회의가 그러했다. 또한, 안건을 배정한 이후 마감일 직전 날, 안건이 교체된 적도 있었다. 배정받은 기자가 마감 전날까지 그 무엇도 조사하지 않다가 직전 날부터 쓰기 시작하여 발생한 오류였다. 이에 대체할만한 안건을 찾아보는 일 또한, 편집장이 감당해야 할 무게 중 한 부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에피소드는 여기까지만 공개하겠다.
결과적으로, 언론사 내 크고 작은 일들은 나를 성장시켰다. 편집장으로서 책임의 무게를 경험하고, 현재보다는 향후를 고려하며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제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은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마지막 황룡담을 작성하게 되었다. 아주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것이, 이제껏 해온 고생들이 벌써부터 미화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언론사를 이끌어 갈 기자들에게 전한다. 우리 기자들,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그리고 언론사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는 우리 기자들 잘 지켜봐 주시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재미없는 편집장 지금까지 지지해줘서 고마웠고, 새로운 편집장과 팀장진들이 2023년을 더욱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이제는 내가 선임기자로서 한 발 뒤에 서서 지지해줄 것이라고도 전해본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작은 욕심이 큰 화를 불러온다고 한다. 내가 부린 이 작은 욕심이 초반에는 화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얻게 되어 감사했다고 전하며, 마지막 황룡담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