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의 공대 교수가 되기까지
토목학과 원명수 조교수
지난 4월 우리 대학 10여명의 교수들이 사비를 걷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장학금 1200만원을 쾌척했다. 이 중 300만원이라는 큰돈을 후배들의 교육 환경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토목공학과 원명수 교수다. 이번 463호 황룡골 사람들에서는 모교의 교수가 되어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문과생의 공대 생존기
원 교수가 공대에 진학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고등학교시절 이공계 지원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과공부를 어려워 한 문과생이었다. 원 교수는“처음 전공 책을 폈을 때 모르는 단어가 태반 이었습니다. 공대에 진학해 첫 수업을 듣고는 진지하게 휴학 또는 자퇴를 생각했죠”라며 첫 수업 후의 심정을 회상했다.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고 했다.
원 교수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먹고 있을 때 그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조언 한 마디 덕분이었다고 했다. “노력해보고 결정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공대 공부에 겁을 먹고 돌아서려 하던 원 교수에게 친구가 해준 말이었다. 원 교수는 “이 말을 듣고 ‘그래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보단 해보고 포기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해보기로 마음 먹은거죠” 그때부터 그가 공대생으로 살아남기 위한 삶이 시작됐다.
평일엔 도서관에서 공부계획에 따라 새벽 6시부터 저녁11시까지 있었고 주말에는 평일에 하지못한 공부를 했다. 방학 중엔 재수학원 단과반에 다니며 수학, 물리, 영어를 공부했다. 그는 “그렇게 반년을 노력하고 보니 장학금이 제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때‘아,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것도 노력하니 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라고 말하며 당시의 경험이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했다.
다양한 경험도 중요한 밑거름
원 교수는 학생들이 모두 하루 종일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저는 당시 도서관에서 지내느라 친구들과 함께 많이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막걸리나 당구같은 것들 말이죠”라고 말한 후“공부가 취업까지 필요한 단계라면 대학에서 누리는 다양한 문화는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며 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도 해보도 사회로 진출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공부가 아니더라도 대학생활 동안 무언가 열심히 하면 남는 것이 있다. 젊다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대학출신이 한계를 만들지 않고 앞에 놓인 어려움이 어려분의 앞길을 막지 않는다. 스스로 가능성을 막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 대학에 진학해 토목공학과에서 포기를 생각했던 원 교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그는 지금 모교의 교수가 돼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절대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누구라도 겪는 일이다. 이때 주저 않고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도 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만나본 동문 원 교수처럼 포기하기 전에 벽을 넘기 위해 도전한다면 벽 넘어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희망찬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염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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