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달린다는 것
지난 4월,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한 팀의 우승을 바라보았다. 시작부터 맞지 않아 삐걱댔고, 다운그레이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전긍긍했던 모습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이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소수의 인원만 그들이 해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팀원들만은 꼭 해낼 수 있을 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쌓아온 노력과 믿음으로 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루어 냈다.
하나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 이들을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중에서 ‘비교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끊임없는 경쟁이 일어나는 대회의 특성상 실력의 차이가 한눈에 보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매초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압박 속에서도 자신을 갉아먹지 않고, 성장해 나간 선수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떠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입시와 학점과 취업, 어느 한순간도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세상에서,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사회에 던져졌던 고등학생 시절, 달마다 치러지는 모의고사와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평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 시절의 나는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강풍 앞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내 앞에 놓인 출발선 주위를 맴돌기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 속도는 남들보다 너무나도 늦었다는 생각에 휩싸여 적은 노력으로 큰 결과를 얻으려는 잔머리만 굴리다 보니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마음으로 쫓기는 듯한 입시를 하였던 나에게 놓인 결과는 당연지사 만족스럽지 못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은 나에 반해, 시작부터 끝까지 남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기반을 다지고 노력하던 친구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그때부터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지만, 여전히 나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 대학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달려 나가 금방 지치지 않고 성공해 내는 주변인들의 모습과 지난달 기적 같은 우승을 보여준 선수들의 그 모든 과정은 내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남들이 보는 나는 내가 아는 나에 비해 굉장히 얕고, 표면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잠재력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발견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가 성장해 나가는 속도를 믿지 못하고 급하게만 가려고 한다면,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스스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느려 남들보다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밥을 먹는 속도부터 걷는 속도까지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걷는 것이 느리다고 자책하며 답답해하지 않는 것처럼, 나의 성장이 느리다고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너무나도 빠른 이 세상 속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상해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모두 자신의 속도들을 믿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달리다 보면 그 모든 노력이 우리를 결국 도착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억겁의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를 믿는다면, 빛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