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이 아닌 '취업학원'에 다닌다

얼마 전 배제대학교가 국문학과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한글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한 학교이기에 더욱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결정은 해당 학과의 취업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대학(大學)은 진리탐구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학문 연구와 교수 활동이 이뤄지는 고등교육기관을 의미한다. 근대 대학의 초기 모습은 1249년에 세워진 옥스퍼드 대학과 1810년 독일에 세워진 베를린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옥스퍼드대학은 오랫동안 귀족계급을 중심으로 인격교육을 존중하는 학풍을 가짐으로써 신사도의 함양과 지도자 양성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또한 베를린대학은 공동생활의 장소인 동시에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장소로써 사용됐으며 대학의 자유를 중추로 학문을 연구하고 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배제대학교 모습은 대학 본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이는 비단 배제대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의 모습이다. 학생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와 관계없이 어떤 학과가 취업이 더 잘되는지 혹은 어떤 학과에 학생이 더 많이 몰릴 것인지 만을 생각한다.

이는 학원가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학원가는 어떤 반을 개설해야 더 많은 학생이 모일지, 어떻게 하면 더 경쟁력 있는 학원을 만들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현재 대학이라고 이름붙이고 있는 교육 기관들은 이런 학원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 대학의 역량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생산·공급’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대학들의 학생 취업을 위한 노력은 올해 초 예산을 책정할 때부터 시작됐다. 학교 전체 예산이 부족해도 취업과 관련된 부서나 사업에 대해서는 넉넉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기타 취업과 관계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재무과 선정 기준에 따르면 ‘기타 취업과 관계없는 부서’란 대학 박물관이나 언론사, 도서관 등을 말한다. 올해 박물관은 예산이 부족해 작년에 교내에서 발굴을 시작한 유적지 발굴조사를 중단해야 했으며 언론사는 신문발행 부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휴학생, 재학생들에게 보내는 신문발송을 전면 중단했으며 도서관은 도서 구입비가 줄어들어 학생이 읽어야 할 책을 충분히 구입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반해 대학에서 취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기업이 찾는 사람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그 방법을 연구한다. 아예 많은 기업이 입지하고 있는 공단에 학교를 세워 기업에 더 알맞은 학생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최근 대학들은 학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수업이 필요한지 혹은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보다는 “돈이 되지 않는 학과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많은 학생들을 취업시켜 취업률을 높일까”에 대해서만 궁리한다.

학생들의 취업도 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진정한 大學이 아닌 취업학원이나 기업의 인력공급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대학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장 · 김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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