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어떻게 망하는가?
이러한 모형은 우리나라 관료제의 속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기 오래전부터 언론이 수없이 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절대로 고쳐지지 않은 뿌리 깊은 관료들의 복지 방책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물론 그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재난의 근본 원인과 관련하여 그 맨 밑바닥에 관료 조직의 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합성어로 관료 조직의 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해양수산부 등 일반인은 이름조차 생소한 비밀 조직들이 퇴직 공무원들의 후생복지를 책임지고 있다.
관료의 영향력이 커지고 퇴직 후 이들의 재취업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제대로 짚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료 개인에 대한 규범적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개인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관료들에게 이를 억제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망하는 나라들의 역사를 살피면, 부패가 극심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부패가 심해지면, ‘전관예우’처럼 부패가 아예 관행이 된다. 그런 상태에선, 어쩌다 청렴한 관리가 나오더라도, 배겨낼 수 없다. 건당 얼마라고 뇌물에 ‘공정 가격’이 매겨지고, 그렇게 모은 뇌물들이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 ‘공정하게’배분되는 상황에선, 홀로 청렴한 관리는 조직의 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패가 관행이 되면, 마침내 도덕적 판단이 마비된다.
민주 국가에서 이익집단이 이익을 표출하고 의회가 이를 반영해 법을 제정하며 관료는 법에 근거해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관료가 이익집단이나 의회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되어버렸다. 국가의 행정이 확대될수록 관료들의 전문성과 조직의 세분화가 신화되고, 관료 조직에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권력 증대는 불가피해진다.
최근 이러한 부패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관심을 받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관료는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산하기관과 협회 등은 예외다. 그러나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참사 관련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와 같이 ‘관피아’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비리와 각종 유착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전제한다면 우리사회에서 ‘관피아’는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고영두 기자
duden8@kunsan.ac.kr
*참고
「‘관피아’ 384명 관련 기관 장악…대수술한다」, 『채널A』, 2014.05.12
「‘관료들의 천국’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시사저널』, 2014.05.07
「관피아 개선 해법 신경전 도청사 광교 이전엔 공감」, 『기호일보』 , 2014.05.1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