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적인 학습과 어설픈 지식에서 벗어나기

최근 대학에서의 산학협력이 강조되면서 ‘현장실습’이나 ‘캡스톤디자인’과 같은 교과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학 전체에서 이러한 교과목들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실상 몇 년 전부터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자주 강조되어 오던 교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세부적인 교과목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논의되고 그 효율성에 대한 논쟁도 있을 수 있겠으나,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교과목의 강조는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캡스톤디자인 또는 종합설계라는 교과목은 더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 1학년 과정에서의 교양과 전공에 대한 기초적인 방향 설정, 2-3학년 동안 전공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세부분야에 대한 학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4학년에서는 그간 전공으로 배웠던 내용을 종합하여 대학에서의 학습과 배움을 아우르고, 매듭을 짓는 교과목이라는 의미에서 캡스톤디자인이나 종합설계를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그 교과목의 가치와 의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4-5년 정도 종합설계 교과목을 지도하면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은 우리 학생들이 이 교과목을 무척 어려워 한다는 점이다. 3학년 때까지 전공공부를 곧잘 따라왔던 학생들도 무척이나 어려움을 느끼고, 속된 말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자주 본다.
종합설계 교과목은 전공분야와 관련되어 학생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종합설계 교과목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부 분야별 전공 지식도 필요하지만, 관련된 조건과 지식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종합설계 이전의 전공 교과목에서는 문제와 해결방법이 주어지고 이것을 이해하고 숙달하는 것이 주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 교과목에서 종합적인 사고를 배양시키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학습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설계 이전의 전공 교과목에서는 피동적인 자세를 취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식 습득이 가능하고, 짧은 시간 동안의 단기 기억을 통해 훌륭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무리 없는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종합설계 교과목에서는 그러한 자세는 통하지 않는다.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로 전체적인 숲을 보려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으면 나무 하나, 하나에 매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표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득이나 결과는 얻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학습 의지의 부족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점 하나는 피동적인 학습의 결과로 세부적인 지식에 대한 충분한 앎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공과 관련된 세부 지식을 어설프게, 겉핥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것이 자신의 지식인 것처럼, 지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단기간에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오랜 습관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습과 관련된 문제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보다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삶의 습관을 갖는 것은 인생 전체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