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月기

우리 신문엔 수습月기라는 코너가 있었다. 나는 그 기사들이 개인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솔직하지 않아 보이는 문장들의 나열이 조금 불편했던 탓이었다. 그래서 지난 4월, 5월호엔 그 코너를 과감히 없앴다. 한 학기 동안 수습생활을 해보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수습기자가 있다면 쓰게 할 요량이었다. 혹시나 해서 이번호에 수습月기를 쓰고 싶은 기자가 있는지 물어봤다.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서 편집장인 내가 한 번 써보기로 했다.

“너 왜 이렇게 일이 많아?” 내 스케줄러를 본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사소한 약속들이나 정확히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스케줄러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템(필수 아이템)’이다. 나는 ‘JUNE’이라는 캘린더 어플을 사용하는데 이 어플은 달력에 여러 가지 색깔로 일정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록색은 학교 수업 관련, 파란색은 개인 일정, 주황색은 언론사 일정으로 분류하는데 주황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이 남아 있으면 쉬는 날에도 혼자 편집국으로 출근하곤 했다.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할 일이었기에 미리 해버리면 그나마 마음은 편했다.

아무래도 나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언론사 일을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면 괜히 속상했다. 수습기자 지원자 중 면접 시간을 깜박 잊어서 나오지 않았던 학생이나, 친구가 장난으로 신청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일이 많을 줄 몰랐어요.” 지난 28일에 진행했던 면접에서 한 지원자가 한 말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학교 언론사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할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안 그래도 각자의 일로 바쁜 와중에 언론사 일까지 겹치니 쉽게 예민해지기 일쑤고 위아래로 여기저기서 치이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언니 너무 힘들어요.ㅠㅠ 다 관둘래요.” 우리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2학년 정기자가 자주 하던 앓는 소리이다. 우리는 그렇게 간신히 참고, 버티고, 견디어왔다. 학교언론사에서 일한다는 건 어느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눈에 보이는 소득 또한 크지 않다. 특히 이제 막 들어와 배우고 있는 수습기자나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기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말 그대로 ‘열정페이’이다. 평소에 난 ‘페이열정’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후배들에게 희생정신을 강조하자니 괜히 뜨끔한 일도 많았다.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여차저차 이번 학기 마지막 신문인 512호도 마무리가 됐다. 이 곳에 모인 이유가 무엇이든 모두가 ‘함께’ 일했고 ‘잘’하고자 노력했다. 한 학기동안 매우 고생한 나의 자랑, 우리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 가사를 전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