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다국적군 개입으로 새로운 국면 맞아
지난 1월 13일 벵가지에서 리비아 국가 수반 겸 국가평의회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무차별적인 부정부패, 원유수입대금, 착복 등으로 인해 영세한 삶을 살게 되면서 리비아의 실업자가 늘어나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 이에 반 카다피 세력이 발생해 카다피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리비아 사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카다피 대통령으로 1969년 쿠테타를 일으킨 이래 지금까지 리비아를 40년 이상 통치하고 있다.
계속되는 카다피의 퇴진 요구에 독재정치는 끝나는 듯 싶었지만, 끝내 퇴진을 거부한 카다피는 반 카타피 세력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에 리비아는 내전상태로 치닫게 됐다.
독재정치를 하면서 절대권력을 위해 카다피는 본인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군사력은 최대한 배제해왔다. 따라서 그가 가진 군사력과 반 카타피군의 군사력에서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고, 쉽게 끝날 것 같았던 내전은 심화됐다.
처음에는 카타피 정권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카타피군은 일본의 대지진 참사에 영향을 받아 세계의 관심이 일본에 들어가 있는 시점에 맞춰 반 카타피군을 대량 학살했다.
이로써 카타피군은 승리를 잡는 듯했으나,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이 지난 3월19일 리비아의 주요 군사 시설과 대공방어기지, 탱크와 장갑차 등에 대규모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다국적군의 개입으로 세계전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카다피는 공습을 받고나서 3월 20일 국영 TV 연설을 통해 “서방국의 군사작전은 리비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또한, “우리는 길고 지루한 전쟁을 약속한다”며 “모든 리비아인은 단결됐고 리비아 남녀에게는 무기와 폭탄이 지급됐다”고 위협했다.
이날 현지 언론들은 리비아 국방부가 시민 1백만 명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카다피 지지자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다국적군의 전투기 공습을 받을 위험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수천 명의 카다피 지지자들은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으로 몰려들어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카다피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뉴시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에 대해 카다피도 22일 국영TV 연설에서 “리비아의 가장 강력한 대공 방어망은 바로 군중”이라며 ‘인간방패’ 전략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다국적군의 개입으로 반 카다피 세력인 시민군의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 거점 도시였던 벵가지까지 함락될 위기에 몰렸던 리비아 반군은 다국적군의 지원 속에 주요 도시들을 다시 탈환했다. 지난 주말 리비아 반군은 동부의 교통요충지인 아즈다비야와 석유수출항 브레가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반군은 현재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와 수도 트리폴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3월 28일 기준)
이에 맞서 친 정부 세력은 카다피의 고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어 양측의 전투가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다국적군의 공습이 범위를 넓혀가면서 도를 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카임리비아 외무차관은 지난달 26일 “미국과 유럽의 군대가 유엔 결의안이 위임한 수준을 넘어 비행금지구역 이행과 민간이 보호에 그치지 않고 반군을 근접 공중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리비아 반군, 다국적군 업고 동부도시 탈환」, 『한겨레신문』, 2011.3.28) 리비아 정부 대변인인 무사 이브라힘도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우리는 수많은 목숨을 잃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리비아 반군, 다국적군 업고 동부도시 탈환」, 『한겨레신문』, 2011.3.28)
다국적군의 지원에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반정부군과 ‘인간방패’까지 만들며 카다피 정권을 지지하며 결사항쟁을 다짐하고 있는 카다피군의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리비아 내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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