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는, 눈과 마음으로
요즘에는 어딜 가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음식점에서도, 카페에서도, 잠깐 나들이 간 공원에서도 서로를 혹은, 풍경이나 사물을 향해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그것은 곧 SNS에 올라가고 모두에게 공개되곤 한다. 심지어 강의실에서는 필요한 자료마저도 필기가 아닌 사진 한 방이면 족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그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리고 SNS에 그것을 올리느라 미처 놓친 것이 없는가에 대해 말이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실제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떠한 상황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게 되면 당시의 상황이 제대로 기억되지 않는다고 한다. 카메라의 작은 유리 틈새로 본 그 한 장면마저 잠깐 동안 기억에 머무를 뿐, 거의 오롯이 사진에만 담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찍어 두었던 사진이 그 추억 자체가 아닌 증거자료로 전락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그 사진을 찍기 위해 이루어졌던 모든 일련의 일들 또한 추억이 될 수는 있다. 찍었던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진을 아예 찍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떠난 장소에서 ‘사진’만을 찍지 말자는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떠난 그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만 시간과 관심을 돌린다면 그것은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닌, 증거자료를 남기러 간 것이 되어 버린다. 다른 누군가와, 혹은 혼자만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라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한 순간만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것은 어떨까.
훌륭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시선으로 소중한 것을 보고, 고개 숙여 추억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기억에 오래토록 남기고 싶은 순간이라면 그 순간을 찍지 말고, 눈으로 기억을 담아 두도록 하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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