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행복 스트레스/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문학동네,2013)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라 불리는 저자의 이번 소설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그가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통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 체험에 대한 기록과 함께 인생이 던진 농담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냈다.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행복 스트레스』
탁석산 지음(창비,2013)
행복은 누구의 발명품인가, ‘행복’의 신화에서 벗어나라!
『행복 스트레스』는 한국문화의 역동적인 생활철학을 분석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심리상태를 꿰뚫어보는 통찰을 선보인 저자 탁석산이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낸 책이다. 행복에 관한 맹목적인 집착을 저자는 ‘행복 스트레스’라 이름짓고, 우리가 종교처럼 떠받드는 행복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필요에 따라서는 악용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철학자들이 어째서 우리 사회의 맹목적 행복 집착 현상은 분석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등장한지 200년도 되지 않은 ‘행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고, 행복을 추종하는 사고방식이 우리 삶을 얼마나 왜곡하는지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행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성찰과 대안을 제시한다.
『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
이충렬 외 4인 지음(21세기북스,2013)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의 새 역사가 된 것은 물론,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9인이 영상으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이들이 담담히 풀어낸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영웅기가 아니라,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황무지에서 오래도록 쌓고 다듬어 온 노력의 일기이자 눈물의 도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