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역사의 순간이 기다리는 곳, 박물관으로의 향기로운 초대

   
 
 

학생과 시민을 위한 학습과 문화의 공간, 박물관. 최근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보관하는 장소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물을 일반에게 공개함으로써 학습과 오락을 제공하는 교육적이고 미적인 장소로도 존재하고 있다. 박물관에서의 유물을 통한 체험학습은 감각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책을 통한 추상적인 학습보다 좋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평범한 사실이 그 대답이 될 것이다.

 

화폐가 들려주는 경제와 역사이야기에 주목한다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은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중앙우체국의 맞은편에 있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설 및 추석연휴, 12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2일까지는 휴관일이다.

박물관 안으로 발길을 옮기자 처음으로 보인 것은 1층 중앙에 위치한 화폐광장이었다. 화폐광장에는 우리나라의 화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옛날 화폐가 전시돼 있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주화인 ‘건원중보’를 비롯해 조선시대 대표 동전인 ‘상평통보’, ‘당백전’을 거쳐 대한제국의 일 원권, 오 원권, 십 원권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역사를 타고 흐르는 우리나라 화폐를 만나볼 수 있었다. 거기다 1970년에 금화 6종과 은화 6종이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가 모두 전시돼 있었다. 진귀한 화폐·전시품과 그에 담긴 이야기는 시선과 마음을 동시에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2009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도안 은행권인 오만 원권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보며 역사는 내가 숨쉬고 있는 현재에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중국, 일본, 그리스, 프랑스,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화폐·전시품도 놓칠 수 없다. 특히, 중국 명나라 때 발행돼 현존하는 지폐 중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대명통행보초’, 17세기 일본이 발행한, 금을 두드려서 얇게 편 납작한 형태의 금화 ‘만연대판’, 호주, 태국 등 20여 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은행권은 그 생김새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화폐와 달라 이색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또한 싱가포르, 중국과 같은 다민족국가에서는 소수 민족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액면금액이나 발행은행 이름 등을 여러 언어의 문자로 표기해 화폐를 발행한다고 한다.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환경까지 짐작할 수 있으니 화폐로 그 나라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폐광장을 빠져나와 벽면을 화폐이야기로 가득 채운 전시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화폐의 제조 및 폐기에 이르는 순환과정, 위·변조 화폐 식별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평소 화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화폐는 발행, 유통, 환수과정을 거쳐 폐기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화폐의 순환이요, 굳이 사람으로 따지자면 생로병사의 과정이라 하겠다. 한쪽에는 지폐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이를 직접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와 같이 화폐의 일생에 대해 돌아보고 나자 지갑속의 지폐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밖에도 1층과 중2층, 2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전시실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방문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특히 2층의 체험학습실의 ‘나도 화폐 속 주인공’에서는 인물상이 비워진 화폐도안을 배경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여, 내가 주인공인 화폐를 즉석에서 인화해 볼 수 있다. 화폐금융박물관 견학의 추억을 아로새겨줄 기념품으로 단연 으뜸이다.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담고 있는 미술과 문화가 펼쳐진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 서빙고로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29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만 5천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전시관마다 시대와 주제별로 공간을 나누어 활용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야간개장을 하는 수·토요일에는 9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단, 1월 1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1층은 크게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으로 나뉘어 있다. 선사·고대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통일신라, 발해에 이르기까지 선사와 고대를 넘나드는 10개의 전시실에 1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중·근세관에는 고려, 조선시대의 역사문화 유산이 시대와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고려시대는 후삼국을 포함해 3개의 전시실로, 조선시대는 대한제국을 포함해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대별로 구분한 각각의 전시실마다 그 분위기와 성격이 달라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였다. 1층의 유물을 쭉 돌아보면 우리 문화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확인하고, 역사의 흐름이 뿜어내는 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층은 기증관과 서화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기증관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8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었다. 여기에는 모두 개인의 소장품을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삼고자 문화재를 기증해 주신 분들의 뜻이 담겨 있다. 서화관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인 서화가 선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서예, 회화, 불교회화 등 높은 품격이 돋보이는 다양한 서화작품과 9미터가 넘는 야외 의식용 불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 문화의 공통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각 문화권의 특징을 파악하고 싶다면 3층 아시아관으로 가면 된다. 특히 중앙아시아실에서는 동·서 문화가 융합되어 형성된 실크로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한국 불교조각과 공예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아시아관 맞은편에 자리한 조각·공예관에서 그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넓고 깊은 박물관에서 관람을 하며 가진 궁극적인 느낌은 역사가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내가 없던 과거에도 사람은 살았고, 그들은 현재 역사로 존재한다.

역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꾸준히 흐르고 있는 역사의 강은 지금도 힘차게 흐르고 있다. 다만, 봐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깨달아야 한다. 여유로운 날, 역사가 주는 시간을 걷고자 마음을 먹은 어느 날에 우리는 박물관에서 만나기로 하자.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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