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기회를 찾아서
긴 여름방학이 지나고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언론사를 찾아 제1학생회관으로 향했다. 담당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언론사의 영자 기자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다른 과목보다 영어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언론사의 영자 기자는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처음 찾아간 언론사는 생각했던 것 보다 꽤 규모가 컸다. 언론사의 편집장과 활동내용에 대한 상담을 나눈 후 바로 지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으론 글쓰기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지원을 취소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직 시작을 해보지도, 부딪혀 보지도 않은 일을 그만두기엔 1학년이었던 나의 시간은 아직 많았고, 흥미를 가진 교내 활동 관련 경험은 부족했다. 이런 나에게 언론사 영자 기자라는 직책이 주어진다면, 내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자 기자가 된 후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첫 전체회의에 참석했을 때 언론사에서 활동 중인 각 분야의 기자들을 보았고, 그 기자들 중에는 1학년 학생들도 꽤 많았다.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먼저 노력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난 1학기 때 뭘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분명 학교생활로 인해 배운 것이 많았고 즐거웠던 1학기였지만 ‘새내기’란 명목으로 많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여러 생각을 늘어놓으니 어느새 나에게 신문 반 페이지 분량의 영자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방학동안 게을러져 있던 나에게 오랜만에 주어진 책무였다. 첫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주제를 정하고 그 관련 기사나 정보에 대한 글부터 하단에 첨부된 작은 글씨까지 모조리 읽었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 보니 기사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쌓이면서 마치 나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글로 쓰인 기사를 영어로 한 문장씩 번역할 때마다 큰 성취감이 몰려왔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기사를 쓰는 것이 기분을 좋게 할 줄 몰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웠던 대략 10년 동안의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글 쓰는 내내 힘들었던 것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맡게 되는 기사의 분량이 늘어나서 한 영자 기사를 완성하는 데 처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어느 날은 마감일이 코앞이라서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졸음과 싸우다가 ‘그만 둬버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책을 가지고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확실해 졌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이며, 졸업 하고 난 후에 나는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정답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활동을 통해 나는 기대한 것보다 더 내 자신이 성장한 것을 느꼈다. 뛰어난 글 솜씨도 재주도 없는 내게 그 동안 쌓아온 배움과 지식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준 언론사에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새 학기에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서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하는 내 모습이 기대해봐야겠다.
조하정 수습기자
jk5164@hwangr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