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가족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줄여서 ‘세아이’라 불리는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한창 박하선이라는 배우에 빠져있었던 고등학교2학년 때였다. 평소 순수하고 허술한 이미지였던 박하선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불륜 역을 맡아 당시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팬의 입장에서 봤던 ‘세아이’와 성인이 되서 보는 ‘세아이’는 사뭇 다르고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 ‘세아이’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와 무관심한 남편, 항상 바쁜 큰딸, 여자 친구만 바라보는 아들, 툭하면 사고치는 남동생 그리고 자궁암말기인 자신(엄마), 이런 암담한 가족구성원들이 나온다. 집안에서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 때문에 항상 시끄럽고 의사인 남편은 자괴감에 빠져 집안일에는 무관심하고 큰딸은 항상 바쁘다며 늦게 들어오고 아들은 여자 친구에 빠져있어 집안 그 누구도 주인공인 엄마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가 자궁암말기라는 사실을 집안사람들 하나 둘씩 알게 되며 그동안 엄마에게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고 얼마 남지 않은 엄마를 위해 온가족이 함께 힘쓰며 진정한 가족이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세아이’의 초반부분은 정말 관람하기 힘들 정도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머니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작품의 전체 흐름을 보면 민규동 감독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새겨져있다. 붉은 톤과 푸른 톤의 색감을 대비시키듯이 초반부에서 관객들의 감성을 분노로 끌어올리고 후반부에서 사랑과 용서라는 정반대의 감성으로 영화에 완전히 몰입되게 만들었다. 거기에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작은 호흡하나하나가 더욱더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아내와 마지막 하루를 지내는 남편 김갑수의 연기는 미세한 침 넘기는 소리까지 내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성인이 되어 본 ‘세아이’는 내게 더욱 현실감 있고 친밀하게 다가왔다. 영화 속 철없는 아들이 마치 내상황과 같았다. 여자친구가생기고 집에 가는 일이 적어지고 부모님께 전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항상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뿐만 아니라 바빠도 항상 동생 챙기는 누나, 어리지만 오빠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동생. 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 남들에게 사랑받으려 애쓰는 이기적인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