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짊어지는 무게
어느덧 5월이 됐다. 편집장으로서 첫 신문을 발행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름을 느낀다. 내가 편집장이 된 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언론사 역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언론사는 우리 대학의 소식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인데, 행사는 전면취소 되고 온라인 재택수업이 이뤄졌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신문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이 많았는데, 나름 알차게 보내온 것 같아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는 시련도 존재했으며 특히 지난달에는 언론사 업무 외에도 복합적으로 일이 겹쳐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다. 이번 황룡담에서는 그간 편집장으로서 느꼈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문 발행을 위한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었고, 사태가 장기화되며 몇몇 기자들의 불참도 지속 되었다. 신문 한 호를 발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회의는 안건회의이다. 안건회의는 교내 및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행사, 이슈 들 중 몇 가지만을 안건으로 채택한다. 그리고 이 기사를 왜 다루는지에 대한 목적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모든 기자들이 참여 할 수 없었던 안건회의는 기사의 첫 단추를 허술하게 꽤매는 것과 같았고, 이 현상이 지속 될 경우 기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걱정도 됐다. 뿐만 아니라, 요즘 기사 초안을 검토할 때 결론 부분에서 형식적으로 급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도 종종 받곤 한다.
최근 우리는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집콕 생활로 인해 내면의 나태함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나 또한 그런 나태함을 종종 느끼고 있으며, 언론사 기자들 역시 이에 ‘권태’를 느끼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편집장으로서 기자들의 사기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 스스로에게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나 역시 매월 초 ‘이번 호도 파이팅!’하며 의지를 다졌지만, 요즘은 그때의 의지가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달에는 언론사 업무와 위원회 활동, 수습기자 모집 등 여러 일정이 겹쳐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힘든 내색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편집장으로서 짊어져야할 무게였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일에 더욱 집중하며,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곤 했다.
언론사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나 역시 많이 지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강한‘척’해왔던 게 아닐까 싶다.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 것이 나름의 철칙인데, 황룡담에서 가감 없이 담아낸 이유는 내가 스스로 짊어졌던 무게에 대해 위로하고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황룡담을 통해 한 구석에 담아뒀던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 후련하다. 앞서 살펴본 편집장의 속앓이와 같이, 사람에게는 각자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힘듦을 표현하는 것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스스로의 고충을 헤아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할지라도 이는 앞으로의 성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