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문

   
 
모르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 편입니다. 늦잠에서 덜 깨지 않았더라면 오전부터 입이 찢어져라 웃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이름이 불릴 때까지 감도 못 잡고 있다가 ‘군산대’를 듣고 설마 했고, 작품의 이름을 듣고 나선 갑자기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정신없이 “감사합니다. 감사드려요.”만 계속 중얼거리다 전화를 끊었는데, 이틀이 지나고서야 겨우 차분해지게 된 이 순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등학교 때 백일장을 다니던 내내 다른 친구들의 수상소감을 읽고 부러워하며, 나도 한 번쯤은… 꿈만 꾸다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적어도 대학문학상이나 받아야 가능하겠구나 생각하며 잘 그려지지도 않는 그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2학년을 앞둔 오늘, 너무나 기쁘면서도 실은 그보다 조금 더 두렵습니다.

수상 연락을 받기 전 주에 전공 수업에서 제 다른 소설을 합평하면서, 당분간은 문학을 읽지도 쓰지도 말라는 금지령을 받았습니다. 작품에 객관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이대로 놔두면 자폐적인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것을 잠시, 어쩌면 아예 잊어야 한다는 말에 그 날 이후 무엇 하나 제대로 못한 채 열흘 가까이를 낭비했습니다.

「짜요짜요」는 지난 1학기, 대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완성한 단편소설입니다.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그 당시의 저를 수필처럼 담았습니다. 그래서 객관화부터 더욱 못나기만 한 졸작을 살려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금지령을 받은 터라,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당장 읽고 쓰는데 매진하겠다는 거짓말은 못하겠습니다. 대신에 맘껏 문학과 어울릴 수 있는 그 날을 하루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씩씩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