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글이 너무나 쓰고 싶어집니다. 많은 생각을 일부러 짜내지 않고도 그저 떠오르는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보고 생각해내려 할 때 그러합니다. 영화 ‘하녀’를 보는 동안은 일부러 짜내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본다면 어느 하녀의 노출과 슬픈 결말 정도라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그 이상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이고, 익명성이 보장되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등을 운운하며 본연의 미학을 찾고 싶어 합니다. 영화 ‘하녀’도 그 시각에서 바라보니 ‘하녀’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마치 깨끗한 하얀 천이 검은색으로 물들어 버리듯, ‘은이’의 순수성이 파괴되어 버리고 그와 동시에 한 가정이 ‘가정’이라는 정체성을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본능’이란 부분으로 다가가, 섹슈얼적인 장면을 노출시킴으로써 주제를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문제, 본연의 미학을 그려 나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작품을 보고 글을 쓰는 동안 나 또한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끝으로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매체에 대한 비평과 분석, 미디어가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되며 스토리텔링의 구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생각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 점에 대한 많은 부분은 전공의 커리큘럼과 밀접하여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점에 대해 유럽미디어문화학과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