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사운드 오브 ‘무비’
마음 놓고 밖을 나갈 수 없는 요즘, 집에만 있는 시간이 따분하게 느껴지곤 한다. 한때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 만들기도 이젠 귀찮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엔 감각과 감성이 무뎌지는 듯하다. 감성의 메마름을 실감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음악 영화’를 추천하려 한다. 한국과 외국, 그리고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까지!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는 일거양득의 즐거움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 어거스트 러쉬 (2007) >
11년 전, 밴드 가수 ‘루이스’와 첼리스트 ‘라일라’는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지만, 라일라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사실 둘 사이에는 아이 ‘에반’이 생겼지만, 에반은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11년을 자라 음악천재가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에반은 친부모를 찾기 위해 보육원 탈출을 감행한다.
▲ <어거스트 러쉬> 포스터 / 출처 : 구글 |
이처럼 <어거스트 러쉬>는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2007년에 개봉된 후에도 재개봉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음악 영화이다. ‘어거스트 러쉬’는 주인공 에반의 가명이며 보육원을 탈출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답게 총 15곡의 배경음악이 등장한다. 그중 ‘Dueling Guitars’라는 기타곡이 영화에 삽입되는데, 이 곡은 소년과 소년의 아빠가 공원에서 즉흥연주를 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뤄진 음악적 교감은 관객에게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루이스가 라일라를 향해 부른 ‘Moon Dance’와 라일라를 그리워하며 만든 ‘This Time’, ‘Raise It Up’등 영화의 이야기는 음악과 함께 진행된다. 장면의 예술적인 분위기와 노래 가사를 주의 깊게 본다면 영화가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 코코 (2017) >
음악을 싫어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미구엘’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설적인 가수 ‘쿠루즈’의 영상을 보며 음악가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구엘은 몰래 음악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쿠루즈의 묘지에 있는 기타에 손을 댄다. 그 순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헥터’와 함께 저승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미구엘은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죽은 자들의 세계에 숨어 지내기 시작한다.
▲ <코코> 포스터 / 출처 : 구글 |
이처럼 <코코>는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하는 저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Remember me’라는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미구엘은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주는데, 이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명장면으로 꼽힌다. 노래를 통해 손자의 진심을 깨달은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으며 ‘음악’에 의한 기적적인 결말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애니메이션 <코코>는 상상의 세계를 아름다운 이미지로 구현하고, 스토리와 관련된 다양한 노래를 선보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를 감상한 후, ‘Remember me’의 한국어판과 ‘Un Poco Loco’와 같은 다른 배경음악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한국어 가사의 감동과 멕시코풍의 독특한 음악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원스 (2006) >
이 영화 속 주인공인 ‘그’는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이고 ‘그녀’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두 사람은 거리에서 음악을 계기로 마주하게 되는데, 형편이 어렵지만 음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본격적인 음악을 위해 런던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떠나기 전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한다.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고, 각자의 현실을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는 런던으로 떠나고, 선물 받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 <원스> 포스터 / 출처 : 구글 |
음악으로 시작해 현실적인 결말을 맺는 영화 <원스>는 주인공 남녀의 음악적 교류가 두드러진다. 두 주인공이 음악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 만큼, 영화의 배경음악도 13곡이나 된다. 하지만 영화 <원스>의 대표 음악이라 하면 단연 ‘Falling slowly’일 것이다. 이 곡은 노래를 듣고 영화를 봤다는 의견이 적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악기점에서 이루어진 듀엣은 두 사람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순간이며, 서로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이 영화의 대표곡인 ‘falling slowly’는 제목 그대로 잔잔한 멜로디를 지니고 있어 영화의 스토리와 분위기에도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If you want me’, ‘Leave’, ‘The moon’ 등 다양한 곡이 영화에 삽입되어있으니 주인공 남녀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잔잔하지만은 않은,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그것만이 내 세상 (2017) >
이 영화는 한때 챔피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전직 복서로 생활 중인 ‘조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 조하는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 ‘인숙’을 만나고, 존재를 알지 못했던 동생 ‘진태’와 마주한다. 동생 진태는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 조하는 지병을 지닌 동생을 답답해하지만,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한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 <그것만이 내 세상> 포스터 / 출처 : 구글 |
형제애와 음악성이 돋보이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한국의 음악 영화이다. 영화 속 음악으로는 쇼팽의 ‘녹턴’, 베토벤의 ‘월광’ 등 피아노 연주가 주되었다. 특히 진태가 길거리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3악장’을 연주하는 모습은 조하가 동생의 재능을 깨닫게 되는 명장면이다. 이뿐만 아니라 진태가 최고의 피아니스트 가율과 함께 ‘브람스 헝가리춤곡 제5번’을 연주한 것도 피아니스트로서 싹을 틔운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감상할 때 두 형제의 관계성과 피아노 천재 ‘진태’의 음악적 성장을 중점으로 감상하길 바란다. 미처 알지 못했던 ‘피아노’의 예술적 매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총 4편의 영화를 알아봤다. 음악을 통해 흐르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음악성과 감수성이 동시에 느껴져 영화의 매력이 두 배가 되기도 한다. 각자의 영화 취향은 다르겠지만, 음악 영화의 매력을 직접 느껴본다면,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문화 활동과 거리를 두고 있는 지금,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음악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