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홀린 수학과 동문, 황시운 작가를 만나다

▲제27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황시운 작가 / 출처: 평창군

우리 대학 수학과 94학번 황선영 동문이 소설가 황시운으로 활동하며 제27회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작 「일일업무 보고서」에서는 장애인 노동의 현실을 다루며 우리 사회가 쉽게 바라보지 못했던 노동의 모습을 조명했다. 황시운 작가는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올해 15년 만에 장편소설 『환한 어둠』을 발표했다. 본지는 황시운 작가에게 수상 소감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비롯해 소설가가 된 계기와 창작에 대한 생각,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황시운 작가 / 제공: 황시운 작가

Q. 안녕하세요, 황시운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황시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립군산대학교 수학과 94학번 황선영입니다.

Q. 제27회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을 받는다는 건, 특히 저 같은 프리랜서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나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상이 잘 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가던 길을 가라는 위로나 응원처럼 느껴져서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칭찬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는데, 때마침 그런 순간에 수상을 하게 되어 많이 기뻤습니다.

Q. 「일일업무 보고서」는 어떤 작품인가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 작품이 우수작품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 사회가 잘 모르는 장애인의 노동을 다룬 사실 자체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자칫 무겁고 비참한 감정에 휘말려서 과장하기 쉬운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절제하려 애를 썼는데, 그러한 점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알아봐 주신 것 같습니다.

Q. 「일일업무 보고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A. 매일 존재를 부정당하는 어처구니없는 노동의 형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면서 비인간적인 장애인 노동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만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장애인과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각종 사고들로 인해 장애인의 비율이 급증하는 현실 속에서도 휠체어를 타거나 하얀 지팡이를 짚은 장애인들을 일상 속에서 거의 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경우라면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 중 장애인 학우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너무 적다면 왜 그렇게 적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만약 함께 공부하는 장애인 학우가 있다면, 그 학우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환경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불편한 환경이 존재한다면 그걸 개선할 방법은 없었는지 등 문제들을 직시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셨는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졸업하던 해인 1998년 여름,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앞 서점 유리벽에 붙은 포스터를 한 장 봤습니다. 그 포스터에 ‘우리시대 마녀들이 온다’라는 카피가 적혀 있었어요. 전경린, 은희경, 공지영 등 당시 인기가 많았던 여성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홍보하는 광고 포스터였어요. 그런데 그 평범한 포스터 속 카피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당시 하고 있던 일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느끼고 있을 때였는데, 어떤 여자들은 무려 ‘마녀’라고 불리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며 도대체 나는 뭔가, 말할 수 없이 화도 나고 부럽기도 했거든요.

서점에 들어가서 포스터 속에 나온 전경린 작가의 『바닷가 마지막 집』이라는 소설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서점 지하 카페에 들어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소설집 첫 번째 단편이 「평범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다 읽자마자 나도 꼭 이런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글쓰기, 특히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심지어 책 읽기를 특별히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 순간 ‘소설에 홀렸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다음날부터 바로 사직 절차를 밟았습니다. 회사를 정리한 뒤에는 자취집을 정리하고 짐을 싸서 엄마 집으로 들어갔죠. 그때부터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에 들어앉아 혼자서 소설을 썼습니다.

▲1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환한 어둠』 / 제공: 황시운 작가

Q. 큰 아픔을 겪으신 후 15년 만에 장편소설 『환한 어둠』을 발표하셨는데요. 긴 시간 끝에 다시 장편소설을 완성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아, 이런 게 소설을 쓰는 맛이지!” 했습니다. 놓치고 있었던 감각을 드디어 되찾은 기분이랄까요. 물론 그 전에도 소설을 쓰고 있었지만, 장편을 쓰고 그걸 책이라는 실물로 만나보는 순간은 단편이나 산문을 쓸 때와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소설가는 역시 장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Q. 작업을 하시다 글이 잘 풀리지 않거나 어려움을 느끼실 때, 이를 이겨내시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A.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요? 글쓰기에 관심 있는 후배들을 위해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떤 태도나 자세를 갖추면 좋을지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솔직한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많이 읽어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질문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질문이 없는 작가는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27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에서 발언하는 황시운 작가 / 출처: 평창군

Q. 앞으로 작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신가요? 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세대를 초월해서 오래 읽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좀 막연한 이야기이겠으나, 오래 읽히는 작가로 남고 싶은 게 꿈이거든요.

Q.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작가를 꿈꾸거나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인디언들의 기우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낼 때,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적중률은 100%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무슨 일을 하든, 꼭 글쓰기만이 아니라 그것이 정말 바라는 일이라면 그런 마음으로 덤벼들 수 있어야 이룰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후회를 남기지 마세요. 후회는 언제 해도 늦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