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로 산다는 것은

   
 
처음 신문사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봤던 드라마에 나온 정의감 넘치는 기자들을 보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생겼었다. 그 이상 하나로 나는 신문사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그때는 마냥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보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좋았던 것 같지만. 어쨌든.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상은 차츰 멀어졌다. 기사를 처음 써봐서 생소했고, 마감시간에 맞춰 쓰는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또 수업이 끝나도 회의가 있는 날은 늦게 집에 가야 했다. 신문사 일 때문에 저녁 늦게 버스를 타고 집에 가거나, 수업이 없는 날도 신문사에 나와야 했다. 처음 들어갔을 때 좋고 설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졌다. 그만큼 힘들고, 그만두고 싶던 순간이 많아졌다. 내 기사가 실린 신문을 우산이나 돗자리로 쓰는 학우들을 보면 더 그랬다.
그래도 진짜 그만두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힘든 일 만큼이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내가 쓴 기사를 읽으면서 처음 기자에 대한 이상이 가득하던 나처럼 나를 바라보는 게 뿌듯했고, 기사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내 자신이 뭔가 이뤄냈다는 기분이 좋았다.
한번은 황룡체전 때 신문을 돗자리 대용으로 가져다 쓴적이 있었다. 내가 "그래도 한번은 읽어보고 돗자리로 쓰지..." 하고 장난스럽게 서운함을 표현하자, 같은 과 동기들이 내 기사를 찾아서 읽어줬다. 내가 쓴 기사가 흥미 있는 내용이 아니었지만 관심을 가져준 것이다. 내 기사를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이 그렇게 기쁜 일이 될 수 있는지, 나는 그때 알았다.
물론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수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나혼자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 사람들이 함께 도와줬기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처음과 비교했을 때, 이상과 멀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신문사 일이 나랑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벌써 반 학기가 지났다. 여전히 나는 기사를 쓰는 것이 어렵고, 신문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쓴 기사가 실릴 다음 신문이 기대되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든다. 신문사 일을 하는 나는, 입으로는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마감시간에 ㅤㅉㅗㅈ기듯 기사를 쓰고 수정하는 시간이 즐거울 때가 있다. 내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 기사를 읽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 하면서 아직은 불확실한 내 미래에 대한 조그만 확신 하나 정도는 얻었다. 나중에 졸업하면서 기자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기자라는 가능성 하나는 얻은 셈이다

이가현 수습기자
dlrkgus1118@hwangr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