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시간 연장’ 문제를 둘러싼 논란
최근 대선 최대의 쟁점으로 투표시간 연장 여부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동시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정치학회 조사에 따르면 84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64.1%가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1971년에 정해진 12시간 투표(오전 6시~ 오후 6시)가 40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해 시기의 부적절성을 들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은 40여년 동안 아무 탈 없던 것을 대선을 50여일 남겨두고 바꾸자는 주장은 뜬금없다고 말했다. 또,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 추세나 투표율에 큰 영향을 못 미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도 있다고 전했다.
여야가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쟁점은 3가지다. 첫 번째로 비용 대비 효과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100억원 정도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참정권 보장에 비용 문제를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내면서 인용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치는 36억원이어서 그 차이도 크다. 두 번째 쟁점은 투표시간을 연장할 경우 실제 투표율이 얼마나 높아질지의 여부이다. 새누리당은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야권 쪽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 번째 쟁점은 과연 선거일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 실제로 대처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서는 ‘선거법 155조’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정치권의 대립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시민도 늘고 있다. 이들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시민 직접행동에 나섰다. 사회단체 ‘청년노동광장’은 10월 4일부터 매일 낮 국회 정문 앞에서 108배를 올리며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노동광장’의 조양진성 대표는 “투표시간 연장운동은 투표날 일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아르바이트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참정권 운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은 지난 1일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15일까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없을 경우 17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처럼 투표시간 연장을 놓고 정치권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거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18대 대선에서 투표시간 연장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단경 기자
*참고
「국회 행안위 투표 시간 연장 다툼 가열」,『경향신문』 2012.11.05
「“대선 투표시간 연장하자” 문재인·안철수 합동작전」,『중앙일보』 2012.10.29
「“100억 추가예산 가치있나”-“5%만 더 투표해도 몇 백 만명”」,『한겨레』2012.10.31
「‘투표시간 연장’ 64.3%가 찬성」,『한겨레』2012.11.04
「새누리 “노인층 투표율도 검토”물타며 “국회서 논의” 시간 끌기」,『한겨레』2012.11.02
「與·野, 투표시간 연장 공방」,『세계일보』2012.11.07
?10년간 투표 못한 정씨 ‘내 권리찾기’ 행동 나섰다‘, ??한겨레?? 2012.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