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상처받았다”… 줄어드는 학교 행사
최근 SNS에서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촬영한 영상이 확산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는 체육대회 당일 학생들이 "소음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 문구를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학교 행사가 주민 민원과 연결되면서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 간 갈등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 초·중·고교에서는 체육대회와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등 학생 참여형 행사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 측은 안전사고 예방과 운영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민원과 교권 침해 문제가 학교 운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특히 일부 초등학교 체육대회에서는 승패를 가리지 않거나 공동 우승 형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아이가 져서 상처받았다", "심판 판정이 편파적이었다"와 같은 민원을 사전에 방지하고, 갈등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경기 결과와 판정 과정 등을 둘러싼 민원 대응 부담이 커지면서 행사 운영 방식마저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행사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육대회와 단체 활동은 경쟁과 협동, 규칙 준수, 갈등 조정, 패배 수용 등을 배우는 필수적인 교육 과정의 일부다. 그러나 민원 발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갈등 자체를 회피하고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몰리고 있다.
교사들에게 오롯이 집중되는 '무한 책임' 부담도 학교 현장 위축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 이후 체험학습과 야외 활동 운영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교사노동조합연맹이 현장체험학습 실시 여부와 의사결정 방식, 현장 교사의 인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교사 9,6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교사의 95.9%가 "현장체험학습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아가 전체 응답자의 96.4%는 현재 시스템에서 교사와 학생의 안전 확보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교사 1인당 20여 명이 넘는 학생을 인솔하며 돌발 상황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관리자의 미동행 및 최근 인솔 교사 금고형 선고 판결 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별도의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특수학급의 경우 특수교사의 98.5%가 '위험성을 느낀다'고 답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처럼 현장의 우려가 크지만, 올해 체험학습을 시행하는 학교(약 70%) 중 추진 과정에서 '교사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응답은 67%에 달해 학교 행정과의 괴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과 독박 책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체험학습,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 공동체 활동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협동과 갈등 조정을 경험할 귀중한 교육적 기회 역시 박탈당하고 있다.
한편,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 행사와 체험 활동이 가진 본연의 교육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학부모·지역사회와의 균형 있는 소통 창구 마련은 물론, 현장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