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과 ‘윗-’

여러분과 올 한해 같이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볼 박시균 교수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국어에서 나타나는 잘못 되거나 혼동을 일으키는 표현들을 생각해보고 그것들을 바르게 고쳐 나가면서 올바르고 아름다운 국어를 쓰도록 같이 노력해 가도록 합시다.

 

‘웃마을에 놀러 간다.’, ‘윗마을에 놀러 간다’
‘웃어른을 찾아뵈러 간다.’, ‘윗어른을 찾아뵈러 간다.’
 
위의 비교되는 문장들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요? 정답은 ‘윗마을에 놀러 간다’와 ‘웃어른을 찾아뵈러 간다.’입니다. 왜 어떤 경우에는 ‘윗-’이 맞고 어떤 경우에는 ‘웃-’이 맞을까요?
위의 예에서처럼 ‘위 상(上)’의 뜻을 나타내는 유음어(類音語)에는 ‘윗-’과 ‘웃-’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느 경우에 ‘윗-’이 오고 어느 경우에 ‘웃-’이 오는지 명확히 알고 계신지요? 위에 답을 제시했는데도 왜 그렇게 되는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모른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의 정확한 쓰임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으니까요.
혼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표준어 규정’ 제 12항에서 이들 두 개의 표현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해 놓았습니다. 두 개를 구별해서 쓰는 원칙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아래 위의 대립이 있는 것은 ‘윗-’을 쓰고 대립이 없는 것은 ‘웃-’을 씁니다. ‘윗마을’이 있으면 ‘아랫마을’이 있겠지요. 즉 위와 아래의 대립이 있으니 이때는 ‘윗-’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 ‘웃어른’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웃어른’에 대립되는 ‘아래어른’이 있을까요? 우리가 평상시에 ‘아래어른’이라는 표현을 쓰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래어른’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요? 즉 ‘웃어른’에 대립되는 ‘아래어른’이란 표현은 없는 것입니다. 아래 위의 대립이 없으니 ‘윗어른’을 버리고 ‘웃어른’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윗-’을 쓰는 다른 표현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윗니-아랫니’, ‘윗눈썹-아랫눈썹’, ‘윗목-아랫목’, ‘윗자리-아랫자리’ 모두 위와 아래의 대립이 있는 것들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인 ‘윗니 아랫니 닦자’, ‘윗목은 차갑고 아랫목은 따뜻하다’와 같은 문장에서 이런 표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웃-’이 들어가는 표현은 ‘웃거름, 웃국, 웃기, 웃돈, 웃비, 웃어른, 웃옷’ 등이 있습니다. 이들 예들은 위, 아래가 대립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웃거름’은 ‘씨앗을 뿌린 뒤나, 또는 옮겨 심은 뒤에 주는 거름’을 이르고, ‘웃국’은 ‘간장이나 술 같은 것이 익은 뒤 맨 처음 떠내는 진한 국’을, ‘웃기’는 ‘웃기떡’을, ‘웃돈’은 ‘물건을 맞바꿀 때에 값이 적은 쪽에서 물건 외에 더 주는 돈’을 의미합니다. ‘웃비’는 ‘아직 우기(雨氣)는 있는데 좍좍 내리다 그친 비’를, ‘웃어른’은 ‘나이나 신분, 지위 등이 자기보다 높아 모셔야 할 어른’을 ‘웃옷’은 ‘겉옷’을 이릅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아래옷’이 있으니 그 반대는 ‘윗옷’이 맞는 것 아니냐고 항의성 질문을 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아랫도리에 입는 옷’으로 ‘아래옷’이 있으니 ‘윗몸에 입는 옷’은 당연히 ‘윗옷’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웃옷’이라고 쓸 경우에는 ‘윗몸에 입는 옷’의 뜻이 아니라 ‘겉에 입는 옷’, 즉 ‘겉옷’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웃옷’과 ‘윗옷’은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둘은 그 뜻이 확실히 다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짝이 되는 단어를 함께 나열해 보면 ‘윗옷-아래옷’, ‘웃옷-속옷’이 되는 것입니다.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웃돈을 주었어.’, ‘웃옷의 짝이 되는 것은 아래옷이 아니라 속옷이야.’와 같이 ‘웃-’이 들어간 표현을 쓸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웃-’과 ‘윗-’의 차이점과 이들이 들어간 단어들, 그리고 이 단어들이 들어간 바르게 쓰인 문장들을 공부해 보았습니다. 오늘 공부를 통해서 ‘웃-’과 ‘윗-’의 차이에 대해서 확실히 아셨죠? 다음에 여러분이 이런 표현들을 쓸 때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