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의 저항을 폭력이며 불법이라 하는가?
헌법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의 정부는 국민의 동의 하에 권력을 받는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보편적 권리에 따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한다. 단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과거 이승만 정권을 비롯한 독재 정권과 신군부는 국민의 저항을 불법과 선동으로 규정하였고, 전경을 동원해 폭력으로 대응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독재 정권과 신군부가 이런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리적 이해를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폭력이 정당한 법의 집행이자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 즉 모두 국민을 위한 일이라 표명했다. 하지만 당시 정권에서 말하는 ‘공리’란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을 자신의 정치적 프레임에 옭아버리고, 동시에 저항에 참여하는 모든 국민을 국가적 시스템을 좀먹는 존재로 규정하기 위한 장치였다.
역사를 살펴보면, 1948년에 일어난 제주 4‧3 사건은 이승만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중심으로 한 단독정부 수립 및 정적 제거라는 정치 공학적 의도를 가지고 제주도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승만은 오히려 제주도를 ‘빨갱이의 섬’이라 부르며 북한 공작원들의 근거지로 규정하였고, 마치 그곳의 주민들을 모두 척살하는 것이 공익인 것처럼 꾸며내었다. 이러한 방식은 곧 박정희의 독재 정권으로 옮겨진다. 그는 한국 전쟁 이후 반공주의 하에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넣고 마치 그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5‧18 민주화운동 때 역시 똑같은 방식이 이어진다. 전두환 정권은 자신들의 군부 정권에 반대한 수많은 국민들을 학살했음에도 정작 이들이 내놓은 변명은 북한 공작원의 선동으로 일어난 폭동을 진압하여 사회적 안정과 평화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정권의 기만은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전통이 되었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도, 2015년 청년 문제와 노동 문제 등의 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민중총궐기도 현 박근혜 정권은 불법 집회, 폭력시위로 규정하였다.
이승만 정권에서 현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저항은 사실상 공리라는 명분 하에 폭력과 불법이라 불렸고, 단지 정부가 허락하는 선에서(또는 경찰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저항만이 용인될 뿐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정치적 권력을 지닌 주권자이자 권력의 수혜자다. 즉 정치 상으로 논의되는 여러 공리는 국민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은 정부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방법은 우선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반영될 수도 없는 상태라면, 법적으로 규정한 범위 내의 소극적 저항을 넘어선 물리적 저항은 결국 필연적이게 된다.
가령 일부 시선에선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를 폭력적인 집회였다고 말한다. 물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경찰이 먼저 집회 경로를 차벽으로 막으면서 시작된 충돌이었다. 평화적으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고 끝날 수 있는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찰을 동원하여 내부적으로 규정된 규칙조차 지키지도 않고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쏴댔다. 또한 대통령이라 사람은 이 시위에 참여한 국민을 테러리스트라 불렀다. 그래서 정말로 참가자들이 국가에 혼란을 주는 사람들인지, ISIS같은 테러집단인지 그들의 11대 요구안을 살펴봤는데, 대부분 현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병폐의 해결에 대한 요구였다.
<2015년 민중총궐기의 11대 요구안>
① 쉬운 해고, 노동개악 중단
② 재벌책임 강화
③ 국내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④ 민생빈곤문제 해결
⑤ 민주주의: 공인 탄압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⑥ 차별 금지법제정 및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확보
⑦ 자주 평화
⑧ 청년 학생 일자리 창출 및 대학 구조조정 반대
⑨ 세월호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⑩ 생태 환경 보호
⑪ 의료, 철도, 가스, 물 민영화 중단 및 영리병원 추진 중단, 공공의료 확충
이러한 요구마저도 받아들여 검토할 용의가 없는 정부,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정부, 국민을 향해 살인적인 물대포를 직사 살포하여 국민을 죽이는 정부, 국민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법과 권위로 국민들을 옭아매고 안전과 질서를 위해 평화적으로만 항의하라는 정부(이 때 경찰의 불법대응으로 사경을 해매다 올해에 작고한 백남기 농민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질서와 치안을 위한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억울하다는 듯이 발언했다), 이것은 사실상 독재 정권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끝으로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정권 탄핵에 대한 전 국민적 요구가 시작된 이후로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독재 정권 이후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과 각 지역의 중심지에 모여 손에 촛불을 들고 박근혜 하야 및 탄핵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인내하며 안전과 치안에 힘쓰고, 스스로 물리력을 제제한 채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탄핵 절차와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한 발자국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뻔뻔하게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였고, 심지어 그 책임을 국회에 돌리며 자신의 발로는 절대 대통령 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국민의 인내심이 끝에 다다랐을 때, 그 결과는 물리력을 사용한 혁명이었으며 위정자의 말로는 처참했다. 4%의 지지율로 청와대에 앉아 있는 그녀, 이제는 광화문에 모인 200만의 국민이 언제 혁명군으로 바뀌어도 이상치 않은 상황이 오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이 왔을 때에도 국민을 폭도이며 테러리스트라 할지는 의문이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위협이 더 이상 불법이나 폭력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