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를 위해 다시 도약하는 시간
2023년 9월, 우리는 2학기의 시작에 우뚝 서 있다. 어쩌면 시작의 길목이라고 볼 수 있지만, 1년이라는 긴 마라톤의 중간을 달리고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열정과 설렘으로 출발한 시작점, 끝이 보인다는 후반 그사이에 놓인 중간 지점은 돌아갈 길은 까마득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앞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와버린 길이 아깝고, 조금 더 가면 끝이 보일 것이라는 한 꼬집의 희망으로 달릴 수 있는 두 가지의 마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 지점이기도 하는, 이 중간 지점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새로움에 동반되는 많은 감정을 갖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이런 마음들은 더욱 달려 나갈, 더 해내고자 하는 마음에 동력이 되어 우리를 더욱 움직이게 한다. 또, 끝이 보이는 마지막은 지나온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끝을 매듭지을 힘이 되어주지만, 그 사이에 있는 중간지점은 어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을 나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길고 긴 여정의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달리는 과정은, 포기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나는 실제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난 후 2학기가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2학년 2학기는, 대학 생활 4년의 중간 지점이자, 한 해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중간’ 그 자체였다. 환상을 가지고 들어온 대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많은 것이 달랐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는 다르지만 주어진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수동적인 삶에 빠진 나의 모습은 점점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이, 또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그곳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혼란은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내가 이것을 정말 좋아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미래를 위해 다져왔던 과거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점점 더 과거를 부정하던 그때, 나는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은 나를 옥죄는 것에 불과했고, 자꾸만 부정적인 결론에 다다르는 생각을 멈추는 게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나는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한 휴식을 갖기로 결심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가고,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휴식을 위해 도피처를 만들었지만, 처음엔 너무나도 불안했다. 모두가 확실한 미래를 위해 달려 나가는 순간에 나는 이렇게 멈춰있어도 되는 건가? 이렇게 멈추면, 그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많은 불안이 생겨났다. 그 순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인간이 아닌 로봇이라도 한계점에 이르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가동한다면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인간이 휴식과 충전 없이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완전히 고장이 난다면 고치지 못해 버리게 되는데, 조금씩 고쳐나가고 발전시키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 끝에 도달한 나의 결론은, 나의 도피가 완전한 멈춤이 아닌,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자신을 짜내고 옥죄면서 달려 나가고 있다면, 잠깐의 휴식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휴식하며 쉬는 시간은 포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목표한 것을 더욱 잘 해내기 위한 도약의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