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풍요, 자유 그리고 구불길
개강모임으로 시끄러운 대학로, 왁자지껄한 과 엠티! 이젠 릴렉스할 때도 됐잖아~? 그래서 준비했다! 과모임, 많은 과제들이 뒤섞인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당신이 쉬어갈 수 있는 곳, 한국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고즈넉한 시골길인 그곳. 바로 구불길이다. 나만 믿고 따라와~
구불길은 久(오랠 구)에 ?(풀 우거질 불)인 길로,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 자유, 풍요를 느끼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군산도보여행길을 뜻한다. 크게 열 길로 구분되어있는데 문화유적이나 여러 산, 가옥 등으로 그 길마다 각각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 이제 구불길을 하나하나 만나보자.
구불 2길은 햇빛길로, 총거리는 15.6km이고 총소요시간은 295분이다. 부처가 있는 절이라는 뜻의 불주사를 지나 망해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금강은 햇빛이 반사되어 비단처럼 반짝이고 그 위를 노니는 철새들로 장관을 연출한다. 그 앞으로 보여지는 너른 십자들에서 풍요를 선물받고 임피향교와 채만식생가터 등을 거쳐 인문학의 정취에 빠져 드는 길이다.
구불2-1길은 미소길로 총거리는 18.7km이고 총 306분이 소요된다. 미소길은 임피향교에서 시작해 근대역사자원인 임피역을 지나 탑동마을에 이르른다. 탑동들노래가 전승되고 있는 이 마을의 3층 석탑은 백제양식으로, 익산왕궁탑과 얽힌 재미난 전설이 전해지는데 사실일까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 지어지는 길이다.
구불 3길은 큰들길이다. 이 길은 총거리가 17.2km이고 총소요시간은 303분이다. 너른들(큰들)을 걷는 길로 지네를 닮았다하여 오공혈이라 불리는 고봉산과,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채원병고택을 지나 임진왜란 등에서 공을 세운 최호장군 유지와 발산리유적(5층 석탑 등)을 만날 수 있는 길로 풍요와 아픔을 동시에 간직한 길이다.
구불 4길인 구슬뫼길은 총 18.3km의 거리이며, 330분이 걸린다. 이 길은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쌍천 이영춘박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걸으며 만나게 되는 동네병화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길이다.
구불 5길은 물빛길로 총거리는 18.4km이고 총 340분이 걸린다. 이 길은 군산저수지와 백석제를 둘러볼 수 있고 옥구토성 성곽을 걸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길로, 햇살받은 물결이 아름다워 은파라 불리는 은파호수공원에서 끝나는 길로 반짝이는 물빛의 황홀함에 빠져드는 길이다.
구불 6길은 달밝음길로 총거리는 15.5km이고 총소요시간은 257분이다. 금강과 서해바다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달밝음길은 월명산, 점방산, 장계산, 설림산 등으로 이어져 있는 길로 봉수대를 비롯하여 금강과 서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이다.
구불 6-1길인 탁류길은 6km의 비교적 짧은 길로 소요시간은 102분이다. 백릉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시대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을 경험하며 과거를 되돌아 보는 길이다.
구불 7길은 총거리 12.3km, 총소요시간이 305분인 신시도길이다. 고군산 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시도는 본래 섬이었는데 33.9km의 세계최장 방조제 건설로 육지와 연결이 되었다.
구불 8길은 고군산길이다. 총거리는 21.2km이고 총 497분이 걸린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고군산군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선유도, 대장도, 무녀도에 전해지는 전설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해수욕장과 갯벌체험장 등이 있어 체험활동을 비롯해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필자도 다녀와 봤다. 구불 3길 큰들길과 구불 5길 물빛길을 다녀왔는데, 두 길 모두 각자의 매력이 담겨있었다.
구불 3길인 큰들길은 전형적인 한국 특유의 시골정서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한발한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걸을 때마다 편안한 봄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구불 5길 물빛길은 우리 대학 학우라면 한번쯤은 꼭 가본, 은파가 속해있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엔 은파 외에, 구슬옥과 뫼산이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옥산 저수지가 있다. 숲길을 따라 대나무 숲도 걷고 왕버드나무 길도 휘휘 돌아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과 하나로 이어져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 집. 학교, 집. 집, 학교로 생활패턴이 굳어진 학우들이 꽤있다. 또는 군산이 아닌, 저 멀리 어딘가로의 여행계획을 그리는 학우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군산에도 이렇게나 좋은, 숨은 명소들이 많다. 당신이 군산에서 가볼 곳이 없어 집과 학교를 반복하는 학우라면, 또는 여행이 좋아 해외의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는 중인 학우라면, 해외에 가는 배낭을 메기 전에, 이야기가 있는 군산 도보여행의 맛을 먼저 맛보는 것이 어떨까?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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