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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국정감사 성적표는 ‘C’

부실한 국정감사, 겉핥기 넘어 ‘갑(甲)질’을 일삼아 문제돼

고영두 기자
- 6분 걸림 -

지난달 14일부터 이번 2일까지 국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첫 국정감사가 이뤄졌다. 올해도 여야의 정국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정쟁 탓에 해마다 반복되는 국정감사 무용론이 제기되며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에서 ‘C’성적표를 받았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벌이는 감사활동을 말한다. 지난 1987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기능이 부활한 국감은 정기국회 개회일 다음날부터 20일간 하도록 돼 있다. 대상 기관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기관 등이다.
이번 국정 감사를 받는 기관은 630여개다. 법적으로 정해진 20일의 시간 안에 모든 기관에 대한 감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부실감사’는 구조적으로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 10월 2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에 나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하루에 기초기술연구회ㆍ한국과학기술연구원ㆍ녹색기술센터 등 27개 기관을 감사했다.
 

   
▲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생각하는 OTV
상임위 소속 위원인 위원장을 포함하더라도 여야와 무소속까지 포함해서 21명이니 각 위원이 한 개씩 기관을 맡는다고 해도 6개 기관은 건너뛰어야 한다. 또한 국감이 오전 10시에 시작되고 점심ㆍ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최장 10시간의 감사를 한다고 해도 각 기관별로 20분 남짓한 시간에 현황보고와 질의와 답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다 각 기관별로 기관장 등 최소 3~4명만 나와도 국회의원과 보좌진까지 합칠 경우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이 국감장 안팎에서 북적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감사가 차분히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을 상대로 호통치고 야단치면서 ‘군기’를 잡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인들이 정무위ㆍ환노위 등에 증인 소환됐고 국감장에 나온 기업인 상당수들은 전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업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질문과 호통성 질의만 받았다는 것이다. 또 정작 답변을 하려면 말도 들어보기 전에 “그만 됐다”고 제지하고 나서는가 하면 답변을 계속하려면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다는 둥 하면서 면박을 주기 일쑤라는 하소연이다. 이에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의 가장 큰 특징인 역대 최다 규모인 피감기관 기업인 증인 수와 관련, 정작 불러놓은 증인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거나 때로는 호통치기에 급급한 의원들의 태도 탓에 내실 있는 질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감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법이 안 되면 집행이 안 된다. 투자가 안 되는데 어떻게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냐”며 국회의 입법지연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정몽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런 행태에 대해 “경제계의 갑을 관계를 따지면서 정작 정치권이 최악의 ‘갑(甲)질’을 하고 있다”며 “국회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겸허함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일침 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는 입법의 권능을 국민들의 선택을 통해 선발된 의원들이 모인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국정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훈수'를 둘 수 있게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회초리'도 들게 한다. 그러나 종국적인 목적인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본분을 망각한 의원들의 호통치고 윽박지르기만을 위한 국정감사는 전형적인 ‘갑(甲)질’이다.
결과적으로 국정감사 자체보다 ‘갑(甲)질’을 일삼는 행태가 문제다. 국정감사가 1988년 부활한 지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 국정감사도 좀 더 세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고영두 수습기자
duden8@kunsam.ac.kr


*참고
「박 정부 첫 국정감사 중간성적 'C' 학점」, 『매일신문』, 2013.10.28
「둥지 떠난 국정감사 올해도 수준이하」, 『소방방재신문』, 2013.10.27
「 갑(甲)질 국정감사를 감사하라」, 『서울경제』,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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