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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배양의 선구자, 김형섭 교수

인간과 바다생물 공존하는 방법 찾고파

이동규 선임기자
- 10분 걸림 -

근래 바다가 사람에 의해 급속도로 개발되어 멸종될 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러한 생물들을 키워 멸종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달 1일 멸종위기 생물을 키워 제주도에 방류한 해양과학대학의 김형섭 교수를 만나보고자 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형섭 교수 / 촬영 : 유승우 기자

Q.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해양생물공학과에서 미세조류 연구실의 교수를 맡은 김형섭입니다. 저도 1985년도에 우리 대학의 해양개발학과라는 학과에 입학해서 공부했으며, 졸업한 뒤 어촌 지도직 공무원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도에 다시 우리 대학의 교수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이번에 보호관리가 필요한 종을 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리 지역에 ‘곰소만’이라고 불리는 해양보호구역이 있었고 거기서 우연히 해양보호생물과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습니다. 문득 ‘이걸 키워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해양생물자원관과 연결해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저의 생각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멸종위기 종인 남방방게와 두이빨사각게를 방류하는 사업까지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들은 거의 게 종류입니다. 붉은발말똥게를 시작으로 갯게, 흰발농게, 남방방게 4종과 두이빨사각게, 달랑게, 눈콩게 3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4종은 멸종 위기종이고 뒤에 3종은 해양보호생물로만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고둥류인 나팔고둥, 기수갈고둥, 대추귀고둥 이 3종을 올해부터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Q. 작년에도 갯게를 인공증식에 성공하여 방류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생물 종을 키우는 비법이 있을까요?

A. 나름 비법이라고 한다면 그 생물입장에서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저 생물이라면 뭘 좋아할까?’, ‘내가 뭘 해야 할까?’, ‘어떤 환경에서 살고 싶을까?’ 등 이런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지식도 따라와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정성이라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우리가 생물들하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겉모습만 보고 배고픈지 아픈지 판단해야 하므로 그만큼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주는 중요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가 저 생물들을 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보호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생태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지구 상에 어느 한 종이 사라져버린다면 인류의 자산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 생물이 나중에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인간의 자연 파괴 탓에 멸종되어 버리면 전 지구적으로 불행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생물들은 지정해놓고 보호해야 합니다.

이 예로 선유도에서 앞서 말한 흰발농게가 발견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선유도의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발견된 서식처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개발과 보호, 두 흑백논리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지만, 저는 생각을 바꿔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매립은 최소화하되, 주변의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서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생물 배양을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유생(아기 생물)들은 보통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또, 키우는 법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 보니 모든 게 처음이고 생소합니다. 그래서 항상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 시행착오를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또, 연구실의 학생들도 365일 휴일도 없이 생물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밥을 못 먹어도 생물들은 밥을 먹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너무 힘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지 항상 미안한 감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물들은 민감해서 실수하나만 해도 다 죽어버릴 수가 있어서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나마 그 생물이 알을 갖고 있었다면 그 알로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우리가 자연 상태에 개체가 거의 없는 생물들을 다루다 보니 다시 잡아오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솔직히 연구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돈도 안 되고 힘든데 차라리 다른 걸 빨리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보면 생물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룬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또 어떤 연구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지금 하고 있는 사업 중 더 깊게 하고 싶은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독’인데, 미세조류를 보면 독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 있습니다. 독을 만드는 미세조류들을 유독성 와편모류라고 하고 이 독들은 먹이사슬에 따라서 조개나 물고기들한테 전달됩니다. 이 독을 사람이 먹게 되면 죽습니다. 최근에도 제주방송에서 복어를 먹은 사람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이 복어 독도 모두 미세조류에 있던 독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표준 독이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독이 굉장히 많이 알려졌는데 우리나라는 독 분야에 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 맞는 표준 독을 만드는 기초 연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독을 만드는 생물들이 어떻게 독을 만드는지, 어떤 조건에서 독을 더 많이 만드는지, 이 독이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을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Q. 교수로서 또는 연구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을 하는 것,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게 제 철칙입니다. 그래서 와편모류나 증식보존관련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Q. 우리 대학 구성원과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12년 동안 다니면서 세월을 보냈고, 거기까지 공부해서 대학교를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러분에게 12년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학을 와서부터는 자신의 80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기초 단계를 닦는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공부를 잘해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실력이 있다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군산대학교를 선택해서 왔습니다. 실력만 놓고 보면 우리가 많이 뒤처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닌 각자 다른 분야로 갈라지게 되기 때문에 전혀 뒤처질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4년 동안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보다 인생을 더 값지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와편모류 배양실을 소개하고 있는 김형섭 교수 / 촬영 :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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