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5·16-유신-인혁당 사건, 헌법 가치 훼손’ 과거사 사과
진정성 유무를 둘러싼 갑론을박 치열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열어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날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이번 사과 발언은 진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용기 있는 결단을 한 만큼 국민이 힘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사과 시기가 늦었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사과가 아니냐”며 사과 시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더욱 성숙한 대선 후보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등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두고 그 진정성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다른 대선 후보 측은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측은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점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 “제대로 된 화해와 협력의 기준은 몇 마디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에 있다”고 후속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문 후보는 “박 후보께서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과를 하셨는데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 역사를 좀 제대로 정리를 해서 정말로 국민들의 화합과 통합, 그렇게 가는 출발이 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기존의 입장에서 진전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박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유신헌법에 대한 법적 청산을 제안한다”며 “민주당은 유신헌법 40주년을 맞아 국회차원의 무효화 결의안을 제안하며, 박 후보의 민생과 미래를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사진출처 : 국민일보
한편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며 “우리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역사에서 배워 이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의 이번 기자 회견 내용은 박 후보의 기존 과거사 발언에 견주어 볼 때 크게 변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가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한 대목은 지난 7월 한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이다. 특히,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을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했던 기존 발언과 대비되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향후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경 기자
*참고
「“5·16-유신-인혁당, 헌법가치 훼손”박근혜, 2주만에 달라진 역사관」,『한겨레』 , 2012.9.25
「박근혜 과거사 사과…"진정성 없어" vs "미래를 내다봐야"」,『뉴시스』 , 2012.9.24
「박근혜 과거사 사과에 문재인-안철수 반응 온도차」,『프레시안』 , 2012.9.24
「‘아버지 과오’ 고개숙인 박근혜…‘지지율 반전용’ 진정성 논란」,『한겨레』 , 2012.9.25
「박근혜 “딸이 아버지 무덤에 침뱉는 것을 국민이 진정 원하진 않을 것”」,『동아닷컴』 , 201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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