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밤하늘의 지도 속에 감춰진 이야기

정다정 기자
- 10분 걸림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 시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일부분이다. 이 시를 읽으면 가을밤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과거를 그리워하고 쓸쓸해하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쌀쌀한 날씨에 더욱 마음이 고독해지고 무엇인가 그리워지는 가을. 훌쩍 다가온 가을에 높아진 하늘을 한 번이라도 올려다 본 적이 있는가? 윤동주 시인처럼 가을밤 하늘의 별을 헤아려 보며, 별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우리 은하의 창, ‘페가수스자리’
가을밤 하늘 산책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길잡이 ‘페가수스자리’, 가을철 별자리는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없어 별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가을밤이 되면 하늘 한 가운데 거대한 사각형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페가수스자리’이다. 이 사각형의 별자리는 페가수스의 몸통 부분으로 가을의 대사각형이라고 부른다. 또한 ‘페가수스자리’는 하늘의 중심부에 있어 다른 별자리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마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의 위대한 영웅 페르세우스의 모험이야기에서 창조된 동물이다.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 바다 위에서 괴물 고래와 싸우고 있을 때 마침 메두사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 바다에 떨어졌다. 메두사가 괴물로 변하기 전의 그녀를 좋아했던 포세이돈은 이 피와 바다의 물거품으로 하늘을 나는 천마 페가수스를 만들었다. 페가수스는 신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이 무렵 지상에서 ‘벨레로폰’이라는 청년이 괴물 ‘키메라’를 무찌르기 위해 지혜의 여신 아테네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이에 아테네는 페가수스를 보냈고, 청년은 페가수스를 이용해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청년은 오만에 빠져 신들이 사는 세상에 가기 위해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고 이 모습을 본 제우스가 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쏘게 했다. 놀란 페가수스는 주인을 버리고 하늘에 올라가 별자리가 됐고, 벨레로폰은 땅에 떨어져 장님에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한다.

   
 
술을 따르는 미소년, ‘물병자리’
‘페가수스자리’ 남쪽 아래로 희미한 별들이 모여 있는 상당히 넒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물병자리’가 위치하는 곳이다. 탄생 별자리로도 익숙한 ‘물병자리’는 행운의 별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전해진다. ‘물병자리’는 소년이 물 항아리를 들고 커다란 물고기의 입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이 소년은 독수리에게 납치당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일을 하게 된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로 알려져 있다. 청춘의 여신인 헤베는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발목을 삐어 더 이상 술과 음식을 나를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제우스는 그녀의 일을 대신할 아름다운 젊은이를 찾기 위해 독수리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아름다운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했다. 이렇게 그는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올림푸스 산에서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괴물 고래의 제물로 바쳐진 공주, ‘안드로메다자리’
동쪽 지평선 위로 페가수스가 날아오를 때면 그 뒤를 이어 밝은 2등성과 3등성의 별들이 ‘페가수스사각형’의 윗변을 따라 나란히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놓여 있는 모양은 주변의 희미한 별들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자리’를 만든다. 안드로메다자리는 봄철에 볼 수 있는 처녀자리와 더불어 하늘의 별자리 중 두 개뿐인 숙녀의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는 페가수스사각형의 아래쪽에 놓여있으니 페가수스와 만나는 사각형상의 별을 머리로 생각하고 젊은 공주 안드로메다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안드로메다는 ‘페르세우스자리’의 신화에 나오는 공주로,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시오페이아는 허영심이 많은 왕비로 자신이 바다의 요정보다 예쁘다고 떠벌리고 다녀서 바다 요정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화가 난 바다 요정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카시오페이아를 혼내줄 것을 요청한다. 포세이돈은 괴물 고래를 보내 에티오피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케페우스 왕은 이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그의 아름다운 딸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 안드로메다는 괴물 고래에게 희생되려는 찰나에 페르세우스에게 구출되어 후에 페르세우스의 아내가 되었다. 후에 안드로메다가 죽자 아테네 여신이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메두사를 무찌른 영웅, ‘페르세우스자리’
밤하늘의 별자리 중 가장 행복한 남자의 별자리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페르세우스자리’이다. 페르세우스는 그리스의 영웅으로, 앞서 이야기한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올랐던 청년이다. 페르세우스는 그리스 남부 아르고스 왕국에 사는 ‘아크리시우스’의 아름다운 딸 ‘다나에’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훗날 할아버지를 죽일 것이란 계시를 받고 태어나 어머니와 함께 바다에 버려진다. 그러나 세리푸스 섬에 무사히 닿은 모자는 그곳에서 살게 된다. 어느 날 섬을 다스리는 왕이 페르세우스의 어머니인 ‘다나에’에게 반해 그녀를 차지하려 했는데, 페르세우스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페르세우스는 왕의 미움을 받고 메두사를 없애야 하는 벌을 받는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이 준 거울처럼 빛나는 방패와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준 날개 달린 신발로 무장을 하고 메두사를 무찔렀다.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돌아가던 길에 그는 바다 괴물의 제물이 될 뻔한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고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의 사위가 되었다. 훗날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가 죽게 되었을 때 아테나 여신은 이들을 케페우스, 카시오페이아, 고래가 있는 곳에 두 개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에티오피아를 습격한 괴물, ‘고래자리’
물병자리와 물고기자리 뒤에 나타나는 ‘고래자리’는 밤하늘에 적막한 느낌을 주는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는 차지하는 공간이 넒은 데 비해 모두 이렇다 할 밝은 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래자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흥미로운 별자리라 할 수 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바다 요정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를 혼내주기 위해서 괴물 고래 ‘케투스’를 에티오피아에 보냈다. 괴물 고래는 에티오피아의 해안을 습격하여 에티오피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괴물 고래가 제물로 바쳐진?안드로메다 공주를 해치려는 순간 페르세우스에게 안드로메다를 빼앗기고 자신은 메두사의 머리를 바라보고는 돌로 변하고 만다.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한 ‘케투스’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한 공로를 높이 사서 포세이돈이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인간은 예로부터 밤하늘의 별들에 대해 신비함과 동경을 품어왔다. 그렇기에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별과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릴 적 별을 바라보았던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도 한다. 취업 준비와 학업에 지쳐 어둠속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밤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보자. 따스한 빛으로 우리를 위로해줄 별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다정 기자

dajeong6@kunsan.ac.kr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