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최동현(국어국문학 교수)
남쪽 땅 끝 오동도에
동백꽃 몇 송이 피었다고
이 땅에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서둘지 마라
섬진강변 매화 향기 속절없이
흩어지고
구례 산동 산수유 흐드러져도
아직은 봄이 아니다
이 땅에 봄이 오기까지는
더 많은 꽃들이 피고 져야 한다.
목련꽃 탐스런 꽃봉오리를
가녀린 개나리 꽃잎을
그냥 보내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남에 북에, 온 산에
붉은 진달래 그득할 때,
그득하다 못하여 열병 앓을 때
다시 되돌리지 못하는
봄은 비로소 오는 것이다.
201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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