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인 남녀 54.3% 명절 스트레스 받는다
“쉬는 날이어서 좋다고요?” ‘추석이기 때문에’ 반기지 않는 사람들
지난 9월 24일부터 대체공휴일인 26일까지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었다. 주말까지 합쳐 총 5일간의 연휴는 많은 이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먼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들,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고향에 내려가 부모와 친지를 만날 생각에 설렜고, 그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추석 선물 준비를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이번 추석을 맞이해 문화재청은 4대궁·종묘, 조선왕릉, 유적관리소를 휴무일 없이 무료로 개방하였고, 전북 도내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전통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행사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석이 모든 사람들에게 반겨진 것은 아니다. 쉬는 날 손님이 더 많아지는 음식점 알바생,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자영업자들, 주부나 취업준비생의 경우가 그랬다. 서천 칼국수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는 박 모 씨(22, 여)는 추석 연휴에 대해 “평소보다 2-3배 많아지는 손님들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라며 “밀려드는 손님에 쉴 새 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손발이 부르터있다"라고 전했다. 명절에 더 바쁜 곳이 있는가 하면 연휴가 길수록 매출에 도움이 안 되어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도 있다. 전주 덕진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55, 남)는 “명절에는 집집마다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기 때문에 매출이 적다"라며 “하루하루 매출이 중요한 나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사실 연휴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라며 침울해 했다.
완주에 거주하는 주부 박 모 씨(38, 여)는 추석 연휴에 대해 “삼시 세끼 만들 생각에 벌써 지치는 기분이다"라며 “심지어 친인척들이 다 모이는 큰집이라 만들 음식도 많다"라고 불만은 토로했다. 또 다른 주부인 정 모 씨(36, 여)는 “명절에 어차피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빨간 날이 많다고 해서 즐겁지 않다"라고 말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 모 씨(24세, 여)는 “연휴임에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집에서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라며 “친척들이 모이면 취업은 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항상 질문을 받기 때문에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라고 답했다.
11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927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결과 54.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미혼 응답자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33.5%, 복수 응답)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고,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이 걱정되어서’(19.8%), ‘친척과 비교될 것 같아서’(19.5%), ‘주위의 관심이 부담되어서’(19.3%), ‘내가 취업을 못 해서 부모님이 위축될 것 같아서’(13%) 등도 많이들 응답한 항목이었다. 기혼자들은 경우는 명절 스트레스로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이 걱정된다’(35.3%,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처가, 시댁 식구들 대하기 부담스러워서’(14.6%), ‘제사 음식 준비 등이 힘들어서’(12.6%), ‘귀성길이 너무 멀어서’(9.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에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명절은 아니었다. 모든 가족들이 다 모이는 자리는 그동안의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자리가 되기도 했지만 다른 사촌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느끼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학업, 취직, 연봉, 결혼 등 나이대마다 비교되는 것도 달라진다. 정글 같은 삶을 사는 사회인들에게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한 날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추석의 잔인하고 씁쓸한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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