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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도 심화되는 중소기업 기피현상, 왜일까?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등 여러 가지 문제점 해소 필요

황주영 기자
- 8분 걸림 -
[사진 1] ▲ 중소기업 기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며 81.3%가 중소기업에 종사한다고 나타났다.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며 취업자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왜 애써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을까?

[사진 2] ▲ 기업체 수와 종사자 수 비율 /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 높아진 청년들의 눈높이?

[사진 3] ▲ 중소기업 기피 이유 조사 / 자료 출처 : 중소기업중앙회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0명 미만인 국내 중소기업 388개 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고용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54.6%가 ‘적시에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현재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인력수급이 어려운 원인(복수응답)으론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낮아서(43.0%)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37.1%) △기업의 낮은 인지도(34.5%)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와 같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높아진 청년들의 눈높이는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 일자리의 미스매치

[사진 4] ▲ 산업기술인력 사업체 규모별 미충원률 / 자료 출처 : 한국산업기슬진흥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 규모가 2021년 상반기 38만 1,000명에서 2022년 상반기 59만 8,000명으로 57%가 증가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청년실업률은 7%, 청년 실업자는 29만 1 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실업난과 청년들의 인력난이 공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70%가 넘는 세계적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로 한 해 수많은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경제 구조상 대졸자 수준의 일자리 수요는 그에 미치지 못해 수많은 고학력 실업자가 발생한다. 또한, 청년들이 생각하는 일자리와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일자리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현장에서 일할 생산직 근로자를 필요로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은 육체노동을 기피하여 사무직을 희망한다. 이러한 일자리의 미스매치는 청년들의 실업난과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을 공존하게 만들었다.

□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사진 5] ▲ 기업 규모 별 임금차이 / 출처 : 통계청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563만 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인 월 266만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임금의 큰 차이는 노동시장의 큰 왜곡을 낳아 대기업의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중소기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없어 중소기업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 중 중요하게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원청과 하청 간의 수익성 격차다. 국내 중소기업 약 35%가 대기업과 하청 관계를 맺고 있고 이들 기업 매출의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나온다. 간접적 하청 관계까지 합하면 과반이 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청과 하청의 수익성 차이는 결국 임금의 격차를 만들어낸다. 재작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6.3%였지만 부품을 납부하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다. 낮은 영업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이어지며 2차·3차로 이어지는 하청업체들의 임금은 이보다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이런 임금의 차이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뿐 아니라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직무만족도 감소와 높은 이직률 그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 하락과 기업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고용노동부가 진행하고 공개한 ‘최근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청년의 일자리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선택에서 고려하는 부분이 △급여 △복리후생 △정규직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업보다 급여가 같거나 많으면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는 답변은 67.4%, 급여 수준에 상관없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겠다는 비율은 32.6%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문제는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도 있지만, 중소기업 그 자체를 좋지 못하게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각도 있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선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이고 좋은 대우를 받는 곳으로 인식되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곧 성공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보수나 복지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선입견을 품고 중소기업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익명의 학우는 중소기업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나 현직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에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일과 생활의 균형도 지키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일단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무작정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좋은 중소기업이라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갈 생각이 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중소기업 기피 문제는 단순히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중소기업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분명히 있다. 고용주들은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급여와 근무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조직문화도 과감히 바꿔 청년들이 올 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갖춰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흔들린다면 우리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회의 노력과 더불어 중소기업이 앞장서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해 점차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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