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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부는 제본 바람

대학교 책 제본

유지혜 기자
- 6분 걸림 -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제본’이라는 주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을 무단 복사·배포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싼 책들을 제본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단 제본을 막기 위해 2010년, 정부에서는 1인당 약 4000원의 저작권료를 징수하겠다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작권이 있는 책을 제본하는 것에 대해 찬반 입장이 대립되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책 제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찬성 측의 박우현 학우 (국어국문학·2)와 반대 측의 안수린 학우(국어국문학·2)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박우현 학우 : 학생들이 새 책을 구매하지 않고 제본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책값이 너무 부담이 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수업에 쓰이는 책값을 살펴보면 최소 만원부터 이만원, 심지어 한 교과에 여러 권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에는 칠만원 정도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이를 부담할 많은 돈이 없기 때문에 제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수린 학우 : 높은 책값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학생들만의 사정을 고려한 주장입니다. 그 책을 쓴 저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지요. 저자는 그 책 하나를 쓰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제본을 하는 것은 저자들의 지식, 더 나아가서 생계를 위협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유흥비 등을 절약한다면 책값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우현 학우 : 제본을 하는 행위가 저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지식, 더 나아가 생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말입니다. ‘법사랑 서포터즈’에서 인터뷰 한 내용에 따르면, 전송권협회라는 곳에서 저작물 허가 이용증이 나오는 책이 많기 때문에 해당 도서의 저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작권법에 의하면 책 제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만 허용이 됩니다.

 

♧안수린 학우 : 별도의 방법으로 수익이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책의 10% 이상은 제본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만 허용이 된다고 한 부분은 다르게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겠네요. 대부분 제본을 할 때에는 여럿이 함께 하는데, 이것은 ‘책 한권으로 여러 명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 됩니다. 이는 가격이 비싼 교재를 싸게 마련하려는 영리적인 목적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어 문제가 됩니다.

 

♣박우현 학우 : ‘영리’의 측면에서 보니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책을 제본하는 데에 있어서는 학교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수업계획서에 의무적으로 주 교재를 기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책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 책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생겨나게 됩니다. 한 학기 내에 책 한권을 끝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특히 책의 한 부분 때문에 책을 구매하는 것 보다는 특정 부분을 제본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수린 학우 :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책 제본에 대해 충분한 설득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는 첫 주에는 한 학기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으로써 주 수업 교재를 비롯한 강의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지요. 만약 강의계획서에 기재된 주 교재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그 책을 구매하기 전에 충분히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책을 전부 공부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기 때문에 제본을 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책 제본’에 대한 토론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시스템 문제에서 토론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자 : 지금까지 책 제본에 대한 양측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찬성 측에서는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하여 세금이나 별도의 방법으로 저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는 것을 찬성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또한 수업 계획서에 단지 의무적으로 적혀있거나 해당 수업시간 내에 책 한권을 다 끝내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들어 제본에 대해 찬성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저자들의 지식 침해나 생계 등의 측면에서 책 제본을 반대했으며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유흥비를 절약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찬성 측의 의견에 대하여 여럿이 하는 책 제본은 ‘개인적’ 이유가 아닌 ‘영리적’ 이유로 보아 저작권법에 위반이 되는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교재의 활용도에 대해서는 학교의 시스템 문제를 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저자와 학생이 서로의 입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값진 계기가 됐길 바랍니다.

유지혜 기자

wlgp31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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