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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마침표, 캡스톤 디자인을 살펴보다

상상의 나래를 현실로 구현하는 방법

이동규 선임기자
- 11분 걸림 -

 우리는 대학에 입학해서 4년간 전공지식 등 다양한 교육을 받고 많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학과의 전공지식을 배운 뒤 그 이론을 실현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에 우리 대학은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개설해 학우들의 전공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교과목 중 하나인 캡스톤 디자인은 학부 고학년에 필수 과목으로 제공되는 종합설계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캡스톤(cap-stone)은 ‘건축물 맨 위에 마지막으로 올려놓는 관석’을 의미하며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뜻과 유사하다. 캡스톤 디자인의 첫 시작은 미국과 영국의 졸업 프로젝트 교과목에서 유래되었다. 이후 서로 다른 대학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도입하였고, 우리 대학은 2002년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하며 캡스톤 디자인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그 뒤 2007년 공학인재양성사업과 2012년 LINC사업으로 우리 대학 전체학과에 캡스톤 디자인을 설치하게 되어 학우들의 실기 활동의 길을 넓게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캡스톤 디자인은 타 교과목과 다르게 교수 위주의 일방적 교육이 아닌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교육과정이다. 보통 3~4명의 학우들이 모여 교수의 지도하에 문제 해결형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학문 분야마다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우들이 직접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므로 △브레인스토밍 △트리즈 △디자인싱킹 등 체계적인 사고 기법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팀별 과제이기 때문에 △책임감 △대인관계 △팀워크 등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성과는 의사소통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발표함으로써 얻어진다. 이뿐 아니라 결과물이 미칠 사회적인 파급력이나 효과 등을 검토하는 것도 캡스톤 디자인에서 중요한 학습성과이다. 물론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캡스톤 디자인 자체의 목적은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지역사회와 공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캡스톤 디자인의 운영절차로는 대체로 △문제 인식 및 정의 △아이디어 도출 △개념설계 △구 현을 위한 상세설계 △최종설계 △발표 △보고서 작성 △국내·외 경진대회 출품 △우수작의 지식재산권 출원 등의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전공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이 단계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 대학에는 두 사업단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사회 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단(이하 LINC+사업단)과 공학교육혁신을 위한 창의융합형 공학인재 양성사업단(이하 창공사업단)이다. LINC+사업단은 우리 대학 부속기관인 현장실습지원센터에서 담당하며 창공사업단은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은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고 캡스톤 팀에게 재료비, 출장비, 회의비 등 재정적인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캡스톤 팀들은 담당 지도교수와 함께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작품의 종류를 크게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창의형으로 각 전공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기반으로 한다. 따로 주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전공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창의형을 선택하게 된다면 활동 지원금은 50만 원이다. 두 번째는 융합형으로 두 종류의 학과 학생이 모여 팀을 이루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양대 학생과 공대 학생이 모여 자동화 어항을 만드는 것, 예술대 학우와 공대 학생이 모여 움직이는 그림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융합형 캡스톤을 촉진시키기 위해 방학 중에 창의융합종합설계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융합형을 선택하게 된다면 지원금은 100만 원이다. 세 번째로는 기업형이 있다. 이것은 산업체와 연계해서 자문을 구해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선정할 때부터 산업체와 긴밀히 협의한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형을 선택한다면 자문비가 있어야 하며 150만 원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네 번째로는 공모형이 있다. 기업형과 비슷하지만, 참여기업의 요구에 따라 주제가 정해지며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진행하게 된다. 기업형과 공모형이 아닌 유형도 기업체의 참여나 기술이전이 가능한 주제면 바꿀 수 있으며, 지원금액은 2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이 밖에도 한·중·일 3개국이 모여서 작품 활동을 하는 국제융합형 캡스톤 디자인이 있으며 필요한 경비는 모두 사업단에서 지원한다. 또한, 창공사업단 연합체가 주관하는 국제캡스톤 I-CAPS 참가도 지원하고 있다.

▲ 국제융합형 캡스톤 디자인 / 제공 : 황재정 교수

 여러 대학에서 캡스톤 디자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은 남다른 체계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두 기관이 역할을 분담해 운영하고 있어 더욱 체계적인 프로젝트 활동이 가능하다. 또한, 학우들의 작품 활동을 돕기 위해 공과 대학 부속공장에 위치한 디자인팩토리 역시 우리 대학만의 강점이다. 여기서 디자인팩토리란, 디자인한 아이디어를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으로 3D프린터와 각종 가공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런 특별한 환경 속에서 지난 2017년, 학우들은 캡스톤 디자인 전국규모 경진대회인 ‘공학교육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8년과 2019년에도 우수상을 받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이 밖에도 작년 전공별 전국대회에서 910명이 참여해 26건의 수상 실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로 특허출원 8건과 11개의 작품이 산업체로 기술이전 되는 실적을 올렸다. 이에 발맞춰 올해 캡스톤 디자인에 도전한 학우는 총 222개 팀 총 707명이다.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공대와 산업융합공대를 제외해도 67팀 186명이라는 점이다. 인문대와 사회대 학우들의 참여 역시 적지 않은 편이며, 이들의 융·복합은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낼 원동력으로서 큰 잠재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작년 2학기부터 캡스톤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는 지정빈(신소재공학·15) 학우는 “같은 전공인 학우들과 모여 전공이론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다른 곳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라 새롭고 신기하다.”라고 말하며 “우리 팀은 광촉매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다공성 세라믹스를 만들 계획이며, 이것이 실현된다면 미세먼지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덧붙여 “졸업하기 전에 전공과 관련된 실습을 팀 단위로 해볼 수 있어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 또 팀워크와 책임감 등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도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인 황재정 교수는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기간을 단축시키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하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점을 해결해 보고 기획해서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캡스톤 디자인이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사람이 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활동에 임해줬으면 한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서 대학에서 무엇이라도 얻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캡스톤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황재정 교수 / 촬영 : 이동규 기자

 요즘 널리 회자되는 용어 중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있다. 정보 혁명을 겪은 후 우리 사회에서 지능화와 융합화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추세다. 이는 즉,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융합형 인재’가 사회에서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대학 교육 역시 일방적이 아닌 자기 주도적 양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은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융합교육 선도대학’이라는 교육 비전을 지니고 있다. 캡스톤 디자인은 이러한 교육 비전을 달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론만 배웠던 전공이 따분했다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실현시키고 싶다면, 또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면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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