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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치

김선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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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의 기원은 그리스의 아카데미아(Academia)와 리세움(Lyceum)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아는 기원전 390년경에 플라톤에 의해 아테네의 아카데모스 숲에 세워졌다. 플라톤은 이데아, 즉 사물의 본질인 진리를 탐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훈련의 장소로서 아카데미아를 만들었다. 대학의 또 다른 원형인 리세움은 기원전 334년경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리세움도 진리탐구가 목적이었고, 이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학생들과 정원을 산책하면서 진리에 대해 토론하고 교육을 실시하였다. 정원을 산책하면서 진리를 탐구하였다하여 후세의 철학사에서는 이들을 소요학파(peripatiker)라고 한다.
12세기 유럽에 오늘날과 같이 진리탐구를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교과과정과 학위를 제공하는 대학이 등장하였다. 북부이태리의 블로냐(Bologna)대학, 프랑스의 파리(Paris)대학이다. 이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고 서로 돕기 위해 당시 이태리에 상인들의 동업조합(Guild)을 모방하여 조합을 결성하였다. 역사적으로 대학(Universitas)이라는 말은 집단이나 단체의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조합을 통해서 도시주민들의 방값이나 식료품값 인상 등에 항의하고, 교수들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하게 되었다. 당시 대학들은 일정한 공간이나 시간에 강의를 하지 않고 교수들이 편리한 장소나 시간에 강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학생들이 자신들의 안정적인 수업권을 위하여 교수들에게 압력을 가하였다. 교수들도 자신들의 교수권의 자유를 위하여 학생조합에 맞서서 교수조합(College)을 만들었다.
학생조합과 교수조합이 맞서면서 대학은 서서히 자치 영역을 넓혀나갔고, 오늘날 대학은 국가권력이나 어떠한 사회권력으로부터도 간섭없이 스스로 자치(自治)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학이 자유를 갖는 것은 본질적으로 진리탐구를 위해서이다.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자유가 주어져야 하며, 대학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자치권이 보장된다. 대학의 자치는 재정, 인사, 학사, 대학질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의 자치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사(人事)의 자치이다. 총장을 대학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하거나 간선으로 선출하는 문제는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 자치의 가장 핵심적이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에서도 대학의 구성원들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서 대학의 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달 5개 국립대학을 “특별중점관리대학”으로 선정하였다. 선정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다만 그것을 빌미로 하여 대학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다. 대학의 자치는 학문의 자유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학문의 자유는 진리탐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현 정부는 국립대학을 공기업쯤으로 착각하고 있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없다. 대학은 학생을 교육하는 곳이면서 연구하는 곳이다. 취업률이 낮은 것은 국가 정책의 실패이지 대학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룰을 만들고 감시함으로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 모든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어떠한 책임을 지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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