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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망 사용료 논란

구글은 인터넷망에 무임승차 하는 걸까?

황주영 기자
- 5분 걸림 -

 최근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 기업들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대립이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 구글,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 기업(CP)의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업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최근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국내 시청자를 한정으로 최대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제한하기로 하여 논란이 있었다. 트위치는 화질을 낮춘 이유로 ‘한국 내 서비스 운영 비용 상승’을 언급하였는데, 사실상 망 사용료 부담이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도대체 망 사용료가 무엇이길래 이러한 논란을 일으킨 것일까? 이번 이슈에서는 현재 논쟁의 중심인 망 사용료와 그에 따른 통신사와 기업들의 입장도 같이 알아보고자 한다.

 망 사용료란 콘텐츠 제공 기업(CP)이 통신사업자(ISP)에게 인터넷망 사용을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최근 콘텐츠들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트래픽의 영향으로 통신사업자는 인터넷망을 추가로 설치하고 네트워크를 증설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았다. 이에 통신사업자는 콘텐츠 기업에 함께 이용하는 망 사용료에 대한 요금을 동일 부담할 것을 요구하며 논란이 일었다. 통신사업자는 콘텐츠 기업에게 트래픽에 비례해서 요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콘텐츠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으면서 또 콘텐츠 기업에 돈을 걷는 건 이중 과금이기에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망 사용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망 중립성의 원칙’을 들 수 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통신망이 사회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어, 권력 집단이나 자본가에게 돈을 더 받고 빠른 회선을 제공하는 등 기술적 차별 대우를 해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통신사업자들은 과거와 다르게 많이 늘어난 트래픽으로 인해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은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그에 반해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통신사업자가 국내 콘텐츠 기업에만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역차별이며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망 사용료와 관련된 갈등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고 이는 기업 간의 일이라는 생각에 소비자들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망 사용료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콘텐츠 기업들은 이를 여론전으로 이끌었다. 트위치는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을 앞세워 최고 화질을 낮춰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였다. 이에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거텀 아난드 부사장이 직접 자사 블로그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기게 된다”고 주장하며 법안 통과 반대 서명에 동참을 독려했다. 이러한 입법 반대 서명운동에는 약 25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통신사와 콘텐츠 기업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들은 어느 쪽이 됐건 웃을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사들은 콘텐츠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면 결국엔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고, 콘텐츠 기업들은 통신사가 망 비용을 전가하면 소비자 비용을 올려서 이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망 사용료 논란이 아쉬운 점은 양측의 주장들에서 이처럼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콘텐츠 업체 어느 쪽을 선택해도, 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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