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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묘(盜猫)

정은해 선임기자
- 1분 걸림 -

하루종일 케케묵은 그림자가 내리는 낡은 쓰레기통이

나에게 그립고 정든 고향이 되었고

반쯤 미라가 된 고등어와 못다핀 곰팡이 꽃 한송이가

나에게 숨을 내쉬게하는 만찬이 되었고

귀신 나온다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폐가가

나에게 유난히 새벽별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새벽별을 담는 눈을 가졌고,

쥐방울따위에 얽히지 않고 어디든 가는 작은 발을 가졌다.

하지만 불청객처럼 자기 주인에게 쫒겨난 내 친구 나비는

쥐약먹은 쥐가 자기 신세처럼 가여워 그를 깨물었다고 한다.

멍청한 것아- 불쌍한 것아-

너는 도대체 무엇을 훔쳤길래 갈대처럼 쓰러지는가

나 역시 그녀의 집을 나왔을 때 우습게도 겨울비가 내렸다.

우수에 젖은 내 눈에 멀리서 별 하나가 달려들었고

광무하는 벌레들처럼 나도 미친듯 신이난다.

세상이 금세 깃털처럼 가벼워져 철근처럼 무거워졌고

나는 냉동식품처럼 차갑게 굳어져간다.

"에이, 재수없게시리."

별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려고 떠났기에

나는 해바라기처럼 서럽게 울어댔다.

엄마- 여보-

그날 밤, 나는 당신을 애타게 부르며 찾았고,

당신은 시끄럽다며 낡은 창문에 커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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