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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시간도 없는 가난한 대학가 청년들의 노동

청년 막일꾼

배소연 기자
- 4분 걸림 -

돈이 필요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배우는데도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에 비해 시간은 적다. 학과공부와 과제, 토익과 같은 어학공부와 자격증 공부로도 모자라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을 써넣고자 적은 돈을 받아가면서 인턴활동까지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대학가의 청년들은 적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보니 적은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게 되는데, 대부분 그런 아르바이트는 더럽고 위험한데다 어렵기까지 해 남들이 꺼리는 일들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돈만 많이 준다면 눈 딱 감고 그 일을 한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기에, 그냥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이 ‘젊어서 하는 고생’으로 무언가를 얻는 청년들도 있지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등 많은 것을 잃는 청년들도 많다.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배수관로 공사장에서 일하다 익사하고, 안전장치를 받지 못한 채 일하다 추락해 갈비뼈가 다쳤음에도 돈을 위해 하루 쉬고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청년들이 버텨야할 현실이다. 젊기에 갖는다는 열정으로 버티기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이렇게 일해 얻는 돈들은 다시 대학 등록금으로, 생활비로 나가버린다. 밑 빠진 독에 물 붇기인 셈이다.
이렇게 늘어가는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청년 알바는 늘어 가는데 정작 이를 바라보는 사회는 무심하기 그지없다. 2011년 7월에 경기도 일산의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 보수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냉매가스 유출로 질식해 숨진 일이 있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22살의 대학생도 희생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마트 탄현점장은 약식기소로 벌금 100만원을 무는데 그쳤다.
청년들은 현장의 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입돼 미숙한 실력으로 일하게 된다. 이러한 미숙함을 커버할만한 안전요소가 제대로 갖춰진 현장은 그리 많지 않다. 위험한 현장은 원천이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은 이 일을 힘없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이러한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대학가의 청년들이다.
사고는 한순간이며, 사고가 일어난 후는 너무 늦는다. 필자의 오빠 또한 이러한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계결함으로 가공 중이던 파이프 하나가 튕겨져 올라 그대로 오빠의 팔에 박혔었다.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하게 되었고, 오빠는 거의 반년동안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었다. “눈을 한번 깜박거리니까 내 손목만한 파이프가 튕겨 오른쪽 팔꿈치에 박혀있더라고. 그리고 좀 있다 피가 나기 시작 하면서 아프더라.”라 말하던 오빠의 얼굴이 필자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도 등록금을 위한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것이 죄’라고 말한다. 대학가의 청년들은 그저 더 좋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노력하는 것뿐인데, 불안하기 그지없다. 책상 앞에서도, 8층 높이의 공사판 난간에서도, 자신의 방에 누워서도 불투명한 내일에 불안해하고, 모자란 시간과 돈을 어떻게든 쪼개가며 하루를 버텨간다. 그렇기에 청년들의 고위험 아르바이트는 그저 ‘건강을 담보로 돈을 받아가는 행위’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소연 기자
1100062@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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