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희망이 가득한 우체통 거리
시민이 자발적으로 일궈낸 도시재생, 시민참여형 행사 상시 준비 중!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유명한 월명동, 그곳에 있는 우체통 거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현재 우체통 거리가 있는 장소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군산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고,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장소였다. 하지만 시청 이전과 신도심의 개발로 인해 젊은 인구 층이 떠나게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도란도란 공동체’를 설립하고, 2015년부터 지역주민들의 주도 하에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지역의 우체통 거리 외에도 현재 각 지역에서는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다양한 재생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생 사업이 중앙 지자체의 주도로 이뤄지는 반면, 군산의 우체통 거리는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도시재생을 일궈낸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0 도시재생 30선’에 선정된 우체통 거리로 함께 떠나보자.
▲ 우체통거리 / 촬영 : 권태완 기자 |
[도시재생사업이란 무엇일까?]
도시재생사업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고 쇠퇴한 지역의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물리·환경적으로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도시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 경제 기반형과 근린형 재생 2가지로 구분돼 추진된다. 먼저 △도시 경제 기반형 재생은 노후 산업단지, 항만 등 핵심 시설 등을 주변 지역과 연계해 복합 정비·개발함으로써 추진된다. 특히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고용 창출이 가능한 곳에 지정된다. △근린형 재생은 기존 재개발 사업처럼 낙후한 근린 주거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중 우리 지역의 우체통 거리는 ‘근린형 재생’에 해당된다.
▲ 군산우체국 / 출처 : 네이버 |
[우체통 거리, 그간의 이야기]
2014년, 우체통 거리는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었지만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동네를 스스로 개발해보자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2015년, 47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도란도란공동체’를 설립했다. 이후 지역주민들은 사업 기획·예산 확보·사업 추진 등의 전 과정을 자발적으로 도맡아 재생사업에 뜻을 모았다. 그렇게 2016년, 군산우체국을 주제로 스토리텔링한 ‘군산 우체통거리’가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우체통 거리는 3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지역민들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국 40여개의 폐우체통을 서울·강남·인천·천안·순창·남원 등지를 돌면서 직접 수거해왔다. 모아온 낡은 우체통들에 지역 문화단체의 손길로 캐릭터가 입혀지고, 새단장한 우체통들은 길가를 다채롭게 장식했다.
2017년 주민들은 거리 활성화를 위해 ‘군산 우체통 거리 경관협정운영회’를 조직하여 군산시와 경관협정을 체결하였으며, 군산시와 전북지방우정청은 ‘우체통 거리’를 활용한 문화관광홍보 콘텐츠를 조성하기로 협약했다. 경관 협정이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지역 경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운영주체는 ‘지역주민’이고 협정의 주요 내용은 ‘건축물·광고물·공작물·외부공간 등과 관련한 주민들 간 약속’을 말한다. 경관협정 체결 후 우체통 거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군산시에서는 우체통거리를 진입할 수 있도록 신호등을 설치해주었고, 월명동 주민 센터에서는 수 년 동안 방치된 폐가를 정리하며 우체통 거리의 새단장에 힘썼다. 지역민들은 사업예산으로 주민과 관광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를 설치했으며, 사거리 주차장 담에는 우체통 거리 포토존 ‘손편지 만나는 곳’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도로명 주소도 기존의 거석길과 중정길에서 ‘우체통 거리1길’과 ‘우체통 거리2길’로 변경되며 우체통 거리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게 됐다. 우체통거리 주민들은 우체통을 설치하고 난 후 현재까지 △빈 터를 소유 주민과 협의해 주차장 등으로 쓸모 있게 활용하기 △상가 앞 꽃과 나무에 물주고 거리 청소하기 △낡은 건물은 아름답게 가꾸기 등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군산 우체통 거리는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입소문과 SNS를 타고 군산에 오면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거리 조성 후 비어있던 곳에 신규 점포들이 입주했다. 주말에는 가게 앞 우체통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적막했던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며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 카레 전문점 앞 우체통 캐릭터 / 촬영 : 권태완 기자 |
[어떤 가게인지 한눈에 알려주는 우체통들]
우체통 거리에 들어서게 되면, 여러 상가와 우체통을 먼저 볼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은 해당 상가의 특징에 맞춰 우체통에 그려진 귀여운 그림들이었다. 안경 가게 앞에는 안경을 쓴 캐릭터, 금은방 앞에는 진주 목걸이 등으로 한껏 치장한 캐릭터, 그리고 카레 전문점 앞에는 카레에 주로 찍어 먹는 음식인 ‘난’을 들고 있는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보통 음식점에 가면 음식 사진을 찍고, 특정 물건을 사러 가면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추억으로 남기곤 한다. 하지만 이런 귀여운 우체통들이 가게 앞마다 있으니 방문했던 장소 앞을 포토존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또한, 소화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태양광 가로등부터 차량 통제를 위해 보통은 투박한 모양으로 있는 볼라드, 주차 안내 시설까지 아기자기하게 우체통과 관련된 모양으로 꾸며 놓았다.
[매년 개최되는 ‘손편지 축제’]
우체통 거리에서는 2018년부터 매년 ‘손편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회를 맞게 된 ‘손편지 축제’에서는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캔에 담아 나에게 선물하는 타임캡슐 △마음을 전하는 손 편지 쓰기 △우체통 방향제 만들기 △우체통 페이퍼 퍼퓸 만들기 △누룩과 꽃차 시음 △나만의 우표 만들기 △말하는 우체통 등의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느린 우체통 부스에서는 우체통 캐릭터 엽서에 사연을 작성한 뒤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의 나에게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 쓴 편지를 캔에 밀봉해 타임캡슐로 만들어주는 부스도 준비되어있다. 거리에서는 무료로 우체통 방향제, 페이퍼 퍼퓸, 팔찌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수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부스는 ‘나만의 우표’만들기 체험 부스다. 선착순 200명만 신청할 수 있는 ‘나만의 우표’ 체험은 우체통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 후, 사진 파일과 희망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면 우정사업본부를 통해 조폐공사에서 우표로 만들어주는 이벤트이다. 또한, 편지와 관련된 프로그램, 주민이 직접 진행하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 역사 기록 서신문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손편지 축제’만의 특색 있는 점은 이 모든 행사들을 주민이 주도해 직접 기획하고, 부스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우체통 거리에서는 △소원 우체통 △느린 우체통 △말하는 우체통 등 상시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소원 우체통은 편지를 작성해서 넣으면 다음 손편지 축제 때 꺼내볼 수 있고, 느린 우체통은 편지를 작성해서 넣으면 1년 후에 기재된 주소로 편지가 발송된다. 마지막으로 말하는 우체통은 가게 앞에 즐비한 우체통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NFC기본모드로 하여 우체통의 NFC용 칩에 인식하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각 NFC칩을 스캔할 때마다 우체통이 간단한 미션을 주는데, 이 미션을 수행하면 여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소원 우체통 / 제공 : 경관협정운영회 |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홍보관으로]
군산우체국이 있는 골목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주민자치 홍보관이 있다. 이 건물은 전국 최초로 지역 발전과 도시재생활성화를 위해 주민이 무상 기증한 3층 건물이다. 1층에서는 우체통 거리의 마스코트인 ‘우리’와 ‘체리’를 만나볼 수 있고, 엽서, 수첩, 그립톡, 칠보공예품 등의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2층에서는 앞서 설명한 상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3층은 루프탑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1층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우체통 거리 주민들이 모여 거리 청소와 마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우체통 거리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함께 가지기도 한다. 직접 이 홍보관에 방문하면 우체통 거리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고, 언제든 쉬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 홍보관 뒤 포토존 / 제공 : 경관협정운영회 |
‘우체통 거리’는 2014년부터 시작해 7년 간 발전하며, 이제는 당당히 군산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거리를 가꾸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우체통 거리를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현대에 들어 잘 쓰이지 않는 우체통을 개성 있고 특색 있게 재탄생시킨 모습이 궁금하다면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스마트폰의 SNS나 메신저에서 벗어나, 가까운 지인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손으로 마음을 전해보자.
▲ 집배원 아저씨 동상 / 촬영 : 권태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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