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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taph

묘비명-특정한 사람, 시대,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

- 5분 걸림 -

선지자들의 묘비명이 새겨진 빗돌은 퇴락해가고 있지만
무심한 태양은 묘지 위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희망으로 우리 모두가 찢겨지고,
적막이 비명을 삼켜버리면 월계관을 놓아줄 이 아무도 없습니다.

혼란이란 한 마디 만이 나의 묘비명일 것입니다.
깨어지고 부서진 길을 더듬어
힘들게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며 웃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그래요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정말로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운명의 두 철문 사이에 시간의 씨앗은 뿌려졌고
일그러진 영웅들의 끝없는 탐욕을 먹고 자랍니다.
제어되지 않은 지식은 치명적인 것.
우리 인류의 운명은 바보들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습니다.

선지자들의 묘비명이 새겨진 빗돌은 퇴락해가고 있지만
무심한 태양은 묘지 위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희망으로 우리 모두가 찢겨지고,
적막이 비명을 삼켜버리면 월계관을 놓아줄 이 아무도 없습니다.
 
혼란이란 한 마디 만이 나의 묘비명일 것입니다.
깨어지고 부서진 길을 더듬어
힘들게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며 웃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그래요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정말로 내일이 두렵습니다. 나는 울고 있을 거예요.
울고 있을 거예요...  울고 있을 거예요...

영국의 프로그래시브 록밴드인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1969년 데뷔앨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에 수록된 전설적 명곡입니다. 장엄한 맬로트론 사운드와 함께 Greg Lake의 체념한 듯한 보컬로 시작되는 서정적인 곡입니다. 하지만 염세주의적이고 묵시론적인 가사와 우울한 멜로디 때문에 비난도 적지 않았던 곡입니다. 1970년대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로 금지곡이 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곡과 관련된 추억 하나 쯤은 간직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어떤 이는 곡의 중독성 때문에 부러 멀리했다고도 합니다. 슬프고 힘들 때 들으면 우울한 분위기에 더 깊게 빠져 들게 됩니다.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기분전환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철학적 상징성이 강한 가사로부터 전달받는 메세지는 듣는 이 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주된 메세지는 지식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과 끝없는 지적 탐욕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지식의 발전이 지금까지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 지식은 물질적 풍요와 국가적 패권 추구를 위한 도구로 오용되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과 같은 과소비, 자원 낭비,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지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인류가 그 동안 쌓아온 지식과 기술적 성취가 몇몇 독재자들의 통재 하에 놓이게 된다면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요.
  개인적으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어김없이 가을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대학시절 어느 쓸쓸한 가을날 기숙사에 혼자 남아 Epitaph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감정 이입이 너무 주관적이라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있습니다. 서투른 번역이 이 위대한 팝의 명성에 누가 되었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요즘도 많은 히트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한 철을 넘기지 못하고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현란한 안무와 자극적인 비트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곡들은 많지만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에 공명을 일으키는 곡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대를 넘어 들을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사와 멜로디, 진정한 명곡의 조건이 아닐까요.
  세상에 나온 지 4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들을 때마다 듣는 이의 감정을 빼앗아 쓸쓸히 날리는 가을 낙엽에 실어 버리는 Epitaph. 가을의 문턱에 서 있는 오늘 한 번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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