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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사정(蓋棺事定)

It ain’t over till it’s over

정진하 기자
- 4분 걸림 -
   
 

청춘의 계절, 봄이 찾아왔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살랑거리면 마음 한 자락에도 꽃이 핀다. 신입생들은 설렘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저마다의 청춘을 새긴다. 청춘이란,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청춘이 늘 행복하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살다보면 행복은 짧고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져 때로는 슬퍼지는 일도 있다. 타인에 의해 내가 밀려날 수도 있고, 잘 못하는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밀어내야 할 순간도 맞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젊기에 청춘이기에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사람의 일이란 관 뚜껑 덮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고사(古事)에서 유래되었다.
두보가 오랜 유랑생활 끝에 사천성 어느 오지에 정착하였을 때, 그곳으로 유배돼 실의에 빠져 있던 소혜라는 젊은이를 발견하였다. 그를 보다 못한 두보는 그에게 위로의 시를 건넸다. “그대 보지 못했나 길가에 버려진 연못을, 그대 보지 못했나 전에 쓰러진 오동을. 백년 된 죽은 나무도 거문고로 쓰이고, 한홉 썩은 물에도 교룡이 숨어 있다네. 장부는 관 뚜껑 덮고야 일이 정해지거늘(丈夫蓋棺事始定·장부개관사시정), 다행히 지금 그대는 노인 되려면 멀었네….” 세상을 등지고 산 속에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지 말고, 속히 나오라고 권하는 내용의 시였다. 이런 격려 덕일까. 소혜는 훗날 달변가로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이 고사는 두보(杜甫)의 군불견《君不見》에 실려있다. 두보가 말하는 개관사정은 뜻을 이루지 못해 낙담한 젊은이에게 격려와 함께 용기를 주는 말이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가 세상에 대한 뜻을 품고 나아갔으나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숨어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해보기나 했어?” 이 말은 세계적인 재벌 현대그룹을 일군 故정주영 회장의 모토였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낸 그의 이면에는 해보기나 했어? 하는 생각으로 몸으로 부딪혀서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보는 지혜가 있었다.
누구나 실패없이, 불안한 과정없이 성공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다들 실패와 좌절의 과정을 겪으며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의 소신이 지금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먼 훗날을 기약하며 현실의 어려움에 맞서라는 두보의 시가 학우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진하 수습기자
geenade@kunsan.ac.kr

*사진출처
티스토리 - 항상, 그리고, 여전히(http://toujours29.tistory.com/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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