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어 빛이납니다

우리 대학은 총 서른 다섯분이 일하시고 계시는데 주로 단과대학 한 곳에 미화원 한분이 배치된다. 그러나 사회과학대학은 강의실 개수가 많은 관계로 두분이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호에서는 반장님의 허락하에 사회과학대학을 깨끗하게 빛내주시는 미화원 두 분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가끔 청소하다가 학생들이 지나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지나가다가 직접 주워 버려주기도 하고 그래. 얼마나 착한지.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해주는 학생들도 많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고 가는 학생들도 많아”라고 말씀하시며 청소를 하는 중에도 학생들의 인사를 웃으며 받아주셨다.

강의실 청소가 끝난 후엔 복도와 화장실을 청소하신다. 청소하면서 힘드신 건 없는지, 학우들에게 바라는게 있는지 여쭤보니 조심스레 말문을 여셨다. “하루는 저 멀리 바닥에서 노랗고 반짝거리는게 보이는거야. 그래서 맨손으로 그걸 주웠더니 아니 글쎄, 가래침이지 뭐야?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옛날엔 이렇게 가래침 뱉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요즘엔 별로 없어. 옛날보다 훨씬 좋아. 그렇지만 그냥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화장실에서 화장실 쓰레기를 꼭 쓰레기통에 버려주면 좋겠어. 어렵지 않은 건데, 학생들은 그냥 무심코 바닥에 버리나봐. 휴지가 바닥에 떨어져있으면 그걸 줍느라 다 줍고나면 청소를 하기도 전인데 허리가 아파”라고 말하셨다.

오전 청소를 마치신 후,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다. 사회과학대학 2층 끝에는 땀으로 범벅된 고단한 몸을 잠시 뉘일 수 있는 미화원분들의 방이 있다. 오전에 찾아가 오늘 점심을 같이 먹어도 되는지 조심스레 여쭙자 “반찬이 마땅히 없어서..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네.. 그래도 와봐. 숟가락 하나만 더 놓고 나눠 먹자” 오후 12시에 찾아갔더니 아욱국에 푸짐한 한상이 차려져 있었다. 원래 항상 이렇게 드시는지 묻자 “학생이 오니까 이렇게 준비했지... 평소에는 그냥 밥에다가 김치 놓고 김 싸먹어. 아휴, 입에 맞아야 할텐데, 걱정이네. 많이 먹어”하셨다. 한상가득 반찬과 어머니같은 인자한 모습에, 오랜만에 집에 가서 어머니 밥을 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있게 먹으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에서 일하시는 아줌마들 다 하나같이 야무지게 살아. 난 아들 셋이 있는데, 그 아이들보며 지금까지 일해왔어. 참으로 오래됐지. 여기온지도 벌써 16년이니까. 열심히 해왔어. 그래서 아들이 다 잘된 것 같아. 이제 막내아들만 장가가면 된다”며 웃으셨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오전에 했던 청소를 다시한번 더 한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시간이 된다. 일이 고될텐데 찡그린 표정한번 지으시지 않으셨던 두분께 인사와 함께 음료수를 드렸더니 얼굴에 걸린 함박웃음과 함께 포근한 품으로 안아주셨다. “아이구 고마워요, 학생. 이리와. 한번 안아줘야지! 이렇게 받으니까 작년 그 일이 생각나네. 5월 8일 어버이날 때 한 남학생이 와서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이렇게 음료수를 주고 갔어.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

우리는 그분들을, 아니 깨끗한 강의실과 깔끔한 화장실을 너무도 당연시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생각조차 안했을지도 모른다.

거창한걸 말하는게 아니다. 미소 띈 얼굴로 인사 한번, 진심이 담긴 고마움 말 한마디,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풍족한 사회, 그렇지만 풍요롭지 못한 사회. 또한 무관심이 당연시 되어버린 사회, 그리고 그 무관심 속에서 숨을 헐떡이는 우리들. 누군가의 관심을 받으려 애쓰기 전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기위해 한걸음 먼저 다가가는건 어떨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우리곁에 계셨던 그분들. 덕분에 세상이 빛이 납니다.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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