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역대 AI 발생 및 조치 현황 /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
최근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의 빠른 확산이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11월 16일 전라남도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52일째인 2017년 1월 5일 자정까지 살처분된 가금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2014~2015년 고병원성 H5N8형 발생으로 669일간 1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단·최악의 AI 피해를 낳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는 ‘Avian Influenza’의 약어다. 닭·칠면조·오리·철새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는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는 고병원성으로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방역당국은 AI 발생 및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철새를 꼽고 있다. 철새의 이동경로와 주변국 발생상황을 볼 때 겨울 철새의 번식지인 중국 북쪽 지역에서 감염된 철새가 국내로 이동하면서 AI가 유입됐을 것이란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살처분 가금류가 3000만 마리가 넘어선 지금, 더 큰 문제는 동물을 집어삼킨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체감염사례가 없었지만 이미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AI 변종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H5N6형 바이러스는 2014년 중국에서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AI 감염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울러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서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오리와 닭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자영업자들이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돼 충분히 가열하면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혹시나' 염려하는 마음에 닭고기, 오리고깃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끊었다. 또 대대적인 산란계의 살처분으로 계란의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 달 전만 해도 한 판에 4천 원대에 머물던 계란이 요즘은 1만 원을 호가하며 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이에 서민들은 물론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상 처음 계란 수급 안정화 방안으로 항공편을 통한 생달걀 수입까지 추진 중이다. 또 토종닭 전문 사육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토종닭 58만 마리를 수매한다고 1월 8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 42억 2천만 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AI로 인한 농가 보상금과 생계소득 안정 등에 드는 국가 예산도 2014~2015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AI 발생 초기에 정부 부처의 늑장 대응과 허술한 방역 대책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I 대책을 다루는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2016년 12월 12일에야 처음 열렸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 만이며 야생 조류 확진 판정이 난 지 한 달 만이다. 최순실 사태를 틈타 공직사회가 일손을 놓는 바람에 방역 컨트롤타워가 실종돼 AI피해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AI 피해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정부의 방역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겨울철마다 AI 재앙이 반복되는 만큼 양계산업을 비롯한 한국 축산업의 미래 전략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 기사]
농림축산식품부, 설명/해명 자료
중앙일보, 1월 9일, 오늘의 논점 -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주간동아, 1월 4일, 커지는 AI 인체감염 공포
연합뉴스, 1월 8일, 정부, 10일부터 토종닭 58만 마리 사들인다…2009년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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