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서 읽는 방구석 책 여행
산문집·소설·교양서 등 장르별 ‘여행’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지난달 21일, 군산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외출은 자제되고, 집안에서의 다양한 취미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그중 교양 쌓기는 물론, 힐링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단언컨대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여행지 중 어떤 곳으로 여행할 것인지를 고르듯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여행이 될 것이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자들을 위해,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준비해보았다.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 여행의 이유 / 출처 : 구글 |
김영하 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에게 여행의 이유를 묻는다. 그는 우리의 일상에서 고통은 수시로 찾아오기에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며 여행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소설 쓰던 경험을 통해 여행을 이야기하는데,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고 말한다.
『여행의 이유』는 작가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이다. 2005년, 집필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사람들이 여행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추방과 멀미』,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에 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매 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과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김영하 작가와 함께, 오롯이 ‘여행’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 무진기행 / 김승옥 』
▲ 무진기행 / 출처 : 구글 |
김승옥 작가는 『무진기행』을 통해 ‘서울’과 ‘무진’이라는 공간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 문학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으며, 김승옥 작가는 이 외에도 『생명연습』, 동인문학상 수상작 『서울 1964년 겨울』, 그리고 이상 문학상 수상작 『서울의 달빛 0장』 등 많은 작품을 집필해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고 있다.
그 중 『무진기행』에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두 개의 공간이 있다. 하나는 서울로 표상되는 일상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무진이라는 탈 일상의 공간이다. 아내와 제약회사 상무 자리가 있는 ‘서울’은 세속적이지만 현실적인 가치의 중심이다. 이에 비해 안개와 바다, 자살한 여인의 시체와 하인숙의 노래가 있는 ‘무진’은 몽환적이고 탈속적인 공간이다. 『무진기행』은 단편소설이자 자아 탐방 기행문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무진’은 아름답지만, 영원히 머무를 순 없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며 ‘무진’과 같은 공간에서 여러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김승옥 작가가 담아낸 자아의 공간 ‘무진’, 그곳으로 잠시 떠나보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 / 유홍준 』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출처 : 구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은 대한민국의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 유홍준이 집필한 서적이다. 이는 작가가 대한민국과 일본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소개하고 현대적인 의의를 설명한 기행문이다.
답사기 제1권 ‘남도 답사 일번지’는 출간 당시 남한 땅 답사의 첫 번째 답사처로 유배의 땅 강진·해남 일대를 꼽은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남도 답사 일번지’의 사진 자료를 컬러로 복원하면서, 본문에서 묘사하는 색감과 질감 등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또한, 본문의 설명과 사진 자료가 일치하도록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친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로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강진·해남 일대와 예산 수덕사, 경주 일대, 담양 소쇄원, 고창 선운사 등을 수록한 제1권은 풍성한 내용과 저자 특유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로 넘쳐난다. 특히 경주 감은사탑이 대표하는 한국의 화강암 석탑들에 대한 저자의 깊고 넓은 안목이나 에밀레종에 바친 열정 어린 예찬은 이 책의 백미로 꼽힌다.
답사기 제2권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는 지리산 동남쪽의 농월정에서 부석사 무량수전, 평창·정선 일대 토함산 석굴암, 청도 운문사와 부안 변산 일대 등을 다룬다. 부석사 입구에서 만나는 사과밭의 회화적 아름다움이나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소백산맥 줄기의 장대함,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미, 청도 운문사의 여성적 아름다움 등은 답사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특히 제2권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는데, 당대의 해석들을 다양한 각도로 소개하고 있어 한국 미술사에 관한 내용을 풍성하게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답사기 제3권에서는 서산 마애불, 구례 연곡사, 익산 미륵사터, 경주 불국사, 석촌동 고분군,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터, 주실마을, 경북선교각, 섬진강 등 전라도 및 경상도의 백제 신라의 문화유적을 안내하고 있다.
여행의 진정한 이유 찾기를 위한 『여행의 이유』, 이전에 경험했던, 혹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자아 선택의 기로 『무진기행』, 무심코 지났었을 문화유산들의 재발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 위 책 세 권은 산문집·교양서·소설로 나뉘어 장르별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 『무진기행』은 우리 대학 기초교양 필독서이고, 각 세 권 모두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현재 상황에 맞춰 계획했던 여행은 잠시 미루고, 방안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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