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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화된 나이 표기 통일, 여전히 남겨진 혼란

기존 세대의 인식과 통일 아닌 통일은 밀린 숙제로 남아

허성호 기자
- 5분 걸림 -

나이 표기의 일원화가 시행된 지 2달이 되어 간다. 지난 6월 28일부터, 법적 및 사회적 나이를 통합하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실시 중이다. 법제처는 “그동안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시행 목적을 밝혔다. 이 말에서 드러나듯, 지난날까지 우리나라는 나이 세는 방법을 ▲두 가지씩 사용해 왔다. 일명 △세는 나이와 앞서 언급한 △만 나이가 그것이다. 두 방법은 기준점과 시작에서 차이가 존재하는데, 세는 나이는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삼고 1세부터 시작한다. 설명을 덧붙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로 1세, 이듬해 1월 1일이 되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이며 나이가 더해지는 시점과 출생 일자는 무관하다. 만 나이는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삼고 시작이 1세가 아닌 ‘0세’다. 또한, 나이가 더해지는 시점이 바로 출생 일자다. 세는 나이에 익숙하다면 이질적으로 다가올 만하다.

이전에는 차이가 뚜렷한 두 방법이 공존하다 보니 공공 업무에서 혼선을 빚는 사례가 존재했는데, 이는 자기소개를 비롯한 일상 대화에서 세는 나이의 사용이 물들었기 때문이다. 즉, 표기의 통일은 여기에서 ▲장점을 발휘한다. 공식화된 만 나이 표기법을 통해 빠짐없이 △모든 상황에서 하나의 표기만을 적용하여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더하여, △세계의 추세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현재 세는 나이를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나라는 손에 꼽으며, 다수의 국가는 만 나이 하나만을 규정하는 실정이다. 바로 떠오를 만한 담배 및 주류 구매에서도 예외가 없으므로 우리가 외국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국내와의 차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겪을 혼란도 동일하게 사라진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만 나이 표기법 덕분에 해외에서 중요 업무나 일상 소통의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훑어보면 생활 전반의 실용성 개선을 기대하게 된다. 한데 이에 반해 우려가 떠오르는 부분이 존재한다. ▲염려되는 요소는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기존 관습의 잔재가 있다. 까마득한 과거인 1962년 신정, 당시 경제기획원장은 국책기업과 국민에게 세는 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어 쓰는 일을 당부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이처럼 세는 나이는 우리 예상보다 오래전부터 뿌리 박힌 관습인 셈이다. 다가올 세대에게는 편리한 미래겠지만 기존 세대에게는 혼란을 가져오는 일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어른의 말을 상기하면 적응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일관되지 않은 범위로, 만 나이 적용 범위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제외 대상을 다음과 같이 밝혔는데, 초등학교 취학 연령, 공무원 시험 연령, 담배 및 주류 구매 연령, 병역 의무 연령은 여전히 세는 사이를 고수한다. 만 나이가 대중화된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점으로, 통일법인데 통일이 되지 않은 모순을 남긴다. 다만 여러 제도가 얽힌 상황에서 곧바로 적용이 불가한 점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분명하지 않으나, 이 법의 효용이 피어나려면 기다림은 필연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오랜 관습을 깨는 표기의 통일로 인해 발현되는 혼란이 존재한다. 제도 변경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의 발생은 여기서 유래한다. 외부 사회에서 바라보기에 번거로워도, 우리가 불편을 체감하지 않는다면 그만이니까. ‘내가 괜찮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금까지는 정답이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 언젠가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체감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착되고 나서 평가해도 늦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 나이가 자리 잡아 우리 사회가 더 편리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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