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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한 일본식 불교 건축 사찰, 동국사

군산대언론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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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가 지속되어 오는 동안 인간의 삶에서 종교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인류가 만들어온 여러 문명을 대표하는 건축도 대부분 종교 건축물인 경우가 많다. 인류의 고대문명이 태동했던 그리스나 이집트를 대표하는 건축은 여러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던 신전이었고, 중세 유럽을 상징하는 건축은 하나님을 모신 성당이었다. 또한 어떤 민족 또는 국가의 문화가 외래문화와의 끊임없는 영향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온 것처럼, 종교 역시 외래 종교와의 끊임없는 영향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마련이었다. 역사적으로 불교가 그랬던 것처럼 근대기에는 천주교나 기독교가 우리에게 전해졌다.

개항기에 서구의 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선교활동을 펼쳤던 것처럼 일본의 종교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포교 활동을 벌였다. 당시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일본 종교의 영향을 명확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 신교와 불교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신사와 사찰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지어졌던 신사와 사찰의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사진 등이 남아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에 지어졌던 일본 불교 사찰 중 3동의 건축물이 현존하고 있다. 경주와 목포, 군산에 각각 1동씩의 건축물이 현존하고 있으나 그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불교 사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군산 동국사이다.

동국사는 1909년 우치다(內田佛觀)라는 이름의 일본인 승려가 내항 근처에 금강사라는 이름의 포교소를 개설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913년 현재 동국사가 위치하고 있는 금광동으로 금강사가 옮겨오면서 처음으로 온전한 형태의 사찰 건축물을 짓게 된다. 그러나 이 당시에 지어졌던 건축물은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동국사의 건축물은 1932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처음에 지어졌던 건축물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진 같은 자료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확인된 금강사 창립 관련 문서에서 최초의 건축물 모습을 부분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1913년에 지어졌던 대웅전 건물도 기와지붕의 일본식 목조 건축물이었던 점은 현재와 동일했다. 그러나 그 규모도 작았고, 지붕 형태를 비롯한 외관의 형태도 지금과는 달랐다. 대웅전의 내부도 현재 대웅전은 마루가 깔려 있지만 최초의 건축물은 일본식 다다미를 깐 형태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찰 전체 영역의 면적은 지금의 절반 정도였고, 대웅전이 동국사 앞길에 더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동국사 앞마당의 높이도 현재보다 2m이상 낮았기 때문에 당시의 대웅전은 동국사 앞길에서 몇 단의 계단을 통해 직접 대웅전의 정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배치를 하고 있었다.

1913년에 새로 지은 건물을 20년도 지나지 않아 왜 다시 지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1930년대 이전까지 금광동은 군산시가지의 외곽이었다. 1899년 개항 당시에 설정된 조계지의 바깥쪽이었고, 1920년대 초반 명산사거리까지 확장된 군산시가지에서도 바깥쪽에 위치했다. 1930년대에 이르러 동국사의 앞쪽으로도 주거지역이 형성되면서 동국사 주변 영역도 시가지에 포함되었다. 동국사의 북쪽인 현재의 신흥동 지역은 당시 부유한 일본인들의 주택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지역이었다. 이러한 주변 영역의 변화와 신도수의 증가 등의 이유로 건물이 신축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 조동종 사찰 금강사였던 동국사는 해방이후 대한민국 정부로 그 소유권이 이관되었고, 1955년 전북종무원에 매입되었다. 이후 남곡스님에 의해 우리나라 사찰이라는 의미에서 현재와 같은 동국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70년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에 소속된 선운사의 말사 중 하나가 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동국사에 남아 있는 대웅전과 요사, 종각 등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 목조 건축 양식의 건축물로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식 불교 건축물이 처음 지어지던 당시와 같이 불교 사찰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사례이다. 동국사 대웅전과 요사는 이러한 건축사적인 가치에 따라 지난 2003년 7월 15일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었다.

송석기(건축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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