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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양식·중식·일식을 맛보다

한식은 역시 집밥이 최고겠죠?

서종환 기자
- 13분 걸림 -

어느 지역에나 맛집 하나 정도는 있기에 맛집이라는 이름값은 우리에게 흔하게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군산에도 마찬가지로 세 글자만 대봐도 알만한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이성당’, ‘복성루’, ‘지린성’, ‘한일옥’ 등이 그런 맛집들이겠다. 하지만 군산에는 위에 나와 있는 음식점들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눈여겨볼, 한번쯤은 가볼 만한 곳들이 많이 있는데, 오늘 소개해볼 맛집들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오늘 소개할 맛집들은 양식으로 대표되는 햄버거와 중식으로 대표되는 짬뽕, 그리고 일식으로 대표되는 덮밥으로 유명하다. 과연 어떤 곳이며, 음식들은 또 어떤 맛일지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자.

버거하우스 – 촉촉한 빵과 아삭아삭 양상추, 두꺼운 고기 패티가 두 장!​

‘○○리아’나 ‘○○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햄버거를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왠지 수제버거 전문점이라고 하면 더 맛있을 것 같고 건강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정해진 매뉴얼대로 햄버거를 생산하지만 수제버거 전문점은 엄선된 재료와 구별된 레시피를 사용할 것만 같다. 첫 번째로 소개할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하우스’는 군산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초원사진관’ 인근에 위치해 있어서, 군산을 다녀간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리라 생각된다. 월요일은 가게가 지정한 정기휴무일이어서 필자는 수요일 저녁에 군산 근대문화유산의 거리를 따라 버거하우스로 향했다. 버거하우스의 외관은 사진에 담을 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내부와 외관이 대조를 이룰 정도로 소박하고 단출했다. 가게 안은 부엌과 식당이 반씩 차지하고 있어서 약간 협소한 느낌을 받았다. 패스트푸드점의 넓은 내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는 테이블에 앉아 버거하우스의 기본 햄버거 메뉴인 ‘하우스웍스’와 사이드 메뉴인 ‘프렌치 포테이토’를 주문한 뒤, 식당을 둘러보았다.

식당 안은 아기자기한 것들로 꾸며져 있었다. 거대한 토끼인형이 탁상 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물병 안에 담긴 아이비 잎줄기가 늘어져 있었다. 식당에 꾸며진 물품들을 구경하던 사이에 드디어 필자가 주문했던 메뉴가 나왔다.

‘하우스웍스’는 고급스런 사기그릇에 샐러드와 함께 담겨 나왔고, ‘프렌치 포테이토’는 급수탑처럼 생긴 받침대 위에 올려져 나왔다. 필자는 어디에서 본 건 있어서 햄버거에 꽂힌 햄버거꽂이를 잡고 나이프로 햄버거를 이등분했다. 햄버거를 홍해처럼 가른 뒤에 두 개로 나뉜 햄버거의 단면을 바라보며 필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싱싱한 양상추 위에 두꺼운 고기 패티 두 장이 깔끔하게 잘려있었고, 그 위에 맛있게 구워낸 양파와 신선한 토마토가 보였다. 햄버거의 단면을 나이프로 쓱쓱 썰어서 포크로 콕 집은 뒤에 입에 쏙 넣어 우물우물 씹었다.

촉촉한 빵과 아삭아삭한 양상추, 그리고 두꺼운 고기 패티가 입안에서 서로 어우러졌다. 씹을수록 풍미가 깊어졌고, 필자는 연이어 햄버거를 우물거렸다. 맛있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말이 있는데 필자가 먹은 햄버거의 맛은 고도비만과 콜레스테롤 걱정은 생각지도 앉는 건강한 맛이었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프렌치 포테이토’는 일반 감자튀김과는 달리 눅눅하지 않고 바삭바삭했으며 파슬리를 곁들여 더욱 맛있었다. ‘하우스웍스’와 ‘프렌치 포테이토’를 모두 배불리 먹은 뒤, 필자는 버거하우스의 햄버거 맛에 찬탄하며 가게 밖으로 나와 ‘버거하우스’에 대한 오행시를 지어보았다.

:거가

:대해요..!!

:마처럼 입을 쫘악 벌려

:움퍽 한입 베어 물면

:르르 침이...

왕산반점 – 매운짜장으로 ‘지린성’과 ‘복성루’가 다퉜다면, 매운짬뽕으로는 ‘왕산’이 유아독존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점심에 학교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군산상고로 향했다. 필자가 버스에서 내린 군산상고는 오늘 취재하기로 한 왕산반점이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비에 젖은 우산을 털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땐 차라리 비오는 날 취재를 와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궂은 날씨였음에도 가게 안이 사람들로 북적였기 때문이었다. 가게 안은 대단하리만치 좋은 시설은 아니었다. 어쩌면 조촐하기까지 했다.

빈 테이블에 앉았을 때 주방 위에 대문자 만하게 보이는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에 ‘매운짬뽕’과 ‘콩나물짬뽕’이 강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장 유명한 음식이라고 생각됐다. 필자는 점원에게 매운짬뽕과 콩나물짬뽕의 차이점이 뭔지 질문한 뒤 ‘콩나물짬뽕’을 주문했다. 짬뽕에는 매운맛의 정도가 있었고, 상·중·하가 나뉘었다. 필자는 매운 것을 못 먹는 편이었지만 중을 시켜서 먹어보았다.

주문한 콩나물짬뽕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을 때 처음에는 메뉴가 잘못 나왔나 싶었다. 필자의 앞에 놓인 그릇에는 홍합이 반 그릇째 얹어져 있었다. 홍합 무더기 위에는 쑥갓과 각종 채소들, 그리고 그 틈 사이에 낙지가 희뿌연 김에 반들거리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봤던 비주얼을 실제로 영접하고 나니 음식의 신을 맞아들인 기분이었다. 필자는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찍고 나서, 홍합을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했다. 홍합과의 사투를 벌이고 나서 주메뉴인 콩나물이 홍합 무더기에 감췄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면 위에는 콩나물과 함께 대하 한 마리가 앙증맞게 누워있었다. 면발을 보며 반겼지만 사실은 여기에서부터가 난점이었다. 면을 씹어 넘길수록 매운맛이 혀를 찌릿하게 자극했다. 마치 방금 씹어 삼킨 대하가 탱탱한 면발을 쥐어 잡고 혓바닥을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국물 정도는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는데, 지옥불에 달구었는지 목이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면발이 줄어들수록 땀이 삐질삐질 흘렀고, 비오는 바깥 날씨와는 상반되게도 가게 안은 후끈했다. 그렇게 ‘왕산반점’의 짬뽕은 “태어나 세 번 눈물을 흘린다”는 사나이의 눈물을 훔쳐갔다. 필자는 홍합과 낙지와 대하에게서 처절하게 패배한 뒤, 7천원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와 ‘왕산반점’에서 먹은 콩나물짬뽕에 대한 사행시를 지어보았다.

:입니다요!

:넘어 물 건너온 낙지가요!

:그릇 째 얹어진 홍합이요!

:점 면발과 국물이 줄수록 땀이 뻘뻘 눈물이 뚝뚝

히마와리 – 불맛은 스테이크동! 물맛은 사케동! ‘해바라기’처럼 기분 좋아지는 맛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온 금요일 저녁, 허기진 배를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고심하던 중에 ‘히마와리’라는 단어가 뇌리에 스쳤다. 필자가 평소에 익히 알아왔던 히마와리는 ‘순대볶음’과 ‘잡탕’으로 유명한 명산동의 ‘만남스넥’ 맞은편에 위치한 일식요리점이다. 매일 저녁때만 되면 “히마와리! 히마와리!”를 노래했었는데, 저녁을 먹으러 갈 때마다 매번 휴무간판이 세워져있어 필자의 부푼 기대를 저버렸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인 이른 저녁에 드디어 필자는 그토록 고대하던 히마와리에 가게 됐다. 입구 문을 열었을 때 문의 머리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필자를 반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내부는 외관으로 보던 것만큼 작았다. 그리고 아직 이른 저녁이라 가게 안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필자는 일본식당의 전형적인 형태인 바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무엇을 먹을지 골랐다. 메뉴는 의외로 단순했으며 식사류에는 덮밥이 주류였고, 튀김류에는 ‘닭튀김‘과 ‘에비덴뿌라‘라는 이름 모를 메뉴가 있었다. 필자는 초밥이 당겼던 찰나에 ‘사케동’이라는 연어회덮밥을 주문했고, 같이 온 친구는 사케동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스테이크동(스테이크덮밥)’을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던 중에 손님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찼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자리가 없었겠구나’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일본풍의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금으로 된 귀여운 원숭이상과 좁고 움푹한 그릇들이 바테이블의 한편에 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게 안의 한쪽 벽면에는 벚꽃잎이 휘날리는 배경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붉은 카라카사(지우산)를 쓰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얼마 있다 우리의 테이블에는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전에 먼저 반찬들이 올려졌다. 반찬은 특제간장소스 위에 놓인 아담한 크기의 두부튀김과 담백한 미소된장국, 그리고 야채절임이었다. 반찬은 간소하지만 맛있었다. 특히나 특제간장소스는 밥에 비벼먹고 싶을 정도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주메뉴들이 나왔다. ‘사케동’에는 주황빛의 연어회가 얹어져 있었고, 부드러운 조명빛에 생선살이 반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테이크동’에는 미디움으로 구운 꽃갈빗살이 얹어져 있었다. 필자는 본인이 주문한 ‘사케동’을 우동숟가락에 밥을 얹어서 연어회를 그 위에 올리고 와사비를 살짝 발라서 한입 먹어보았다. 연어회의 식감은 마치 우유를 씹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와사비의 알싸함이 더해져 씹을수록 해바라기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었다.

‘스테이크동’은 간장소스로 비벼진 밥과 꽃갈빗살을 함께 얹어 먹어봤는데, 표현하기도 벅찰 만큼 맛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워야한다는 욕구와 ‘스테이크동’의 풍미를 더욱 느끼고 싶어 하는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맛이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텅 빈 그릇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히마와리에서의 맛있는 식사도 모두 마치고 ‘히마와리’에 대한 사행시를 지어보았다.

:익!!

:앗있다!!

:아!!

리(이):일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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