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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통폐합을 둘러싼 치열한 양측공방

이해관계자들의 이상적인 조율이 필요

장한비 기자
- 7분 걸림 -

사회자: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있는 사회 현안 중 하나로 ‘학과 통폐합’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학과 통폐합이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학과를 유지하기에 입학정원이 부족한 학과들을 통합시키거나 폐지시키는 제도입니다.

대학은 교육기관이지만 등록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정적인 대학 재정의 효율적 운용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학과 통폐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은 재무적 측면에서 손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학과 통폐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인문학이나 기초학 계열과를 줄이는 것이 취업률을 제고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토론에서는 ‘학과 통폐합, 정당한 조치인가’를 주제로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측의 최수종 학우(경영학·2)와 동의하는 김형규 학우(회계학·3)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최수종 학우: 학과 통폐합은 학생들의 선택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자리 잡은 학과로부터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통폐합을 통보받는 일처럼 허무한 일이 있을까요? 현재 기업이 인수한 특정 사립대인 ‘J’ 대학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학과를 폐지한 후 다른 학과로 배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과 맞지 않는 다른 전공을 억지로 공부하게 된다면 교육의 만족도와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형규 학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과 통폐합이 논의되는 것에는 그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재정은 재단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을 위한 최대 효율의 등록금의 운용법중 하나로 학과 통폐합이 거론되는 것입니다. 타 학과에 비해 취업률이 비교적 낮거나 지원한 예산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학과라면, 학교측에서는 계속해서 무리한 예산을 지원해가며 그 학과를 운영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학과를 다른 학과와 통합시키거나 폐지시킴으로써 성과가 적은 운영비용을 다른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재무적 측면에서 봤을 때 올바른 경영이라고 보고,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최수종 학우: 학과 통폐합이 시행되는 이유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학과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등록금을 내고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 학생의 입장에서 재학중인 학과가 갑자기 폐지되는 것은 엄연한 권리침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폐지되는 학과의 제적율과 취업률이 비교적 낮다고 해도, 그것은 너무 한 쪽에 치우친 평가 기준입니다. 학과의 궁극적 설립 목적이 ‘교육’이기 때문에 학과의 경쟁력은 교육의 질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학과 경쟁력은 앞에 나열한 기준들로 정의하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김형규 학우: 대학이 설립된 이유는 지식이 기반이 되는 사회가 도래함과 함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자는 국가·사회적 필요에서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서열화 되어있는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경영 방법에 변화를 주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이라는 조직 또한 ‘효율성’이라는 조건을 등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최수종 학우가 주장하신 바와 같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학 및 학과의 관계자들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뒷받침 돼야 할 것입니다.

 

최수종 학우: 물론 김형규 학우가 말씀하신 것처럼 이 현안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여 편파적이지 않은 기준을 가지고 진행된 학과 통폐합에 대해서 질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학교라 함은 교육이 취업자체를 직접적인 목적인 전문대학과 다릅니다. 물론 취업을 하는 것이 대학 입학의 목적중 하나라고 해도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심화된 고등교육을 접하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인문학과 기초학은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실리적 학문’은 아니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뿌리가 흔들려선 안될 ‘기본적이자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이러한 학문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과가 폐지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결국엔 높은 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학과 통폐합에 대한 양측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최수종 학우는 학과 통폐합은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지양해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통폐합해야 될 때에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는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김형규 학우는 영리기관인 대학이 경쟁력이 비교적 낮은 학과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며, 그러한 학과는 통폐합 시키는 것이 옳다는 입장입니다.

학과 통폐합의 본질인 ‘취업률 상승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생각한다면, 그 경쟁력의 주체인 대학 구성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력을 논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교류를 통한 조율을 기대하며 이번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장한비 기자

1200467@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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