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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내가 지킨다!!

대학본부의 경비 최항호 선생님을 만나다

이동규 선임기자
- 8분 걸림 -

황룡골 사람들이라는 코너는 평소에 군산대를 알렸던 인물이나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이런 사람들이 아닌 4년 전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군산대학교의 궂은일을 담당해주신 경비원을 인터뷰 해보기로 했다. 대학본부를 오가며 많은 학우들, 교직원들이 보아 왔지만 미처 신경 쓰지 못 했던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대학본부 최항호 선생님 / 촬영 : 이동규 기자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군산대학교 대학본부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는 최항호입니다. 나이는 57세이고 여기 들어온지 4년 정도 됐습니다.

 

Q. 경비원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보기에는 이곳에서 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하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학 기관들의 명칭이나 위치를 전부다 알고 있어야하고 전화 받을 때도 어디서 오는 전화인지 어디를 찾는지 다 알려 주어야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넣어야 할 것 들이 많습니다.

또 시간마다 순찰을 나가는데 밤에는 학생회관과 박물관 등등 문단속을 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또 시험기간에는 대학본부가 24시간 열려있습니다. 그때마다 쓰레기가 엄청 나오는 편이라 청소반장 아주머니와 같이 청소일도 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고 총무과에 보고 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보통 근무를 1년 반 정도 해야 그나마 숙달이 되어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제가 따로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업무목록을 나름대로 작성해서 일 하고 있습니다.

▲최항호 선생님이 업무를 보는 공간 / 촬영 : 이동규 기자

Q. 학교 내에서 근무를 하시는데 복지나 근무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근무을 하면서 딱히 불편했던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업복도 잘 나오고 월급도 밀려본 적이 없어서 만족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여건 같은 경우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물 흐르듯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불편한 점을 학교 측에 요구한다고 해도 개선되는 것이 시간이 걸리고 또 딱히 건의할 만큼의 불편함은 없어서 근무자들끼리 맞춰가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교 내 복지나 근무여건은 둘째이고 내가 맡은 바 임무는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본부의 각 부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최항호 선생님 / 촬영 : 이동규 기자

Q. 경비원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여기 들어오기 전에 직장생활만 28년을 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장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20살에 인천에 있은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부산 갔다가 울산 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서 돈을 준다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온 곳이 여기 군산 GM대우였는데 구조조정 때문에 비정규직 해고되고 점점 밑에 있는 사람부터 해고 되더니 이번에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4년 전에 회사를 나와서 지금 이렇게 경비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경비원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생겼던 문제는 없었나요?

어디를 가든 문제는 다 발생하고 100%만족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못하고 일을 못해서 혼날 때도 있고 제가 잘해서 칭찬 받을 때도 있고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갑 질 하는 사람들로 인해 밑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괄시하게 되는데 이런 사회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Q. 일을 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점이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대한 여기 본부에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먹을 거나 마실 것 등등을 주면서 수고한다며 격려해주고 이럴 때 기분이 좋고 사람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합니다. 또 학생들이나 교직원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오며가며 인사해주시고 칭찬해주시면 정말 보람 있습니다.

그리고 본부에 외부인들도 많이 오시는데 여기서 제가 불친절하게 대하면 밖에서는 군산대 인식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도 생각해서 최대한 웃으면서 잘 해드리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가을 겨울이 되면 낙엽이 많이 쌓이고 눈도 많이 쌓이게 되는데 이게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치우는 게 조금 힘이 듭니다. 또 외부인들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못 알아들으면 서로 오해가 생겨 큰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 조금 힘듭니다.

그래도 28년동안 공장 돌아다니면서 일하다가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삶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목표가 많이 있었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뭔가를 제대로 이룬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딱히 삶의 목표가 있다는 것보다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을 하면서 맡은 것들을 잘 해 나가고 꾸준히 이 일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Q. 교수님들이나 교직원 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항상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앉아서 정신없이 업무에 치여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 받아서 나가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경비원이라는 존재를 보면서 격려라도 한번 씩 해주시고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는 게 근무하면서 가장 큰 낙이자 고마움입니다.

 

현재 우리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의 숫자는 총 8명이다. 정문에 6명이 근무 중이고 대학본부에는 2명이 근무 하고 있다. 평소 우리가 큰 불편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이유는 경비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해주는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교내를 돌아다니며 경비원을 마주치게 되면 따뜻한 인사라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사무공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최항호 선생님 / 촬영 : 이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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